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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추리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혈의 누]라는 영화의 시놉시스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오오, 조선판 장미의 이름인가!!! >ㅁ<' 하면서 계속 기대를 하고 있었지요('영원한 제국' 다시 읽고 싶어용). ...단지, 고어나 호러는 극단적으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보러 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주위에 수소문해봤으나 무반응...
그런데 다행이도 때맞춰 입국하신 아버지와 함께 관람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저와 똑같이 추리소설과 미스테리를 좋아하시며, 사학을 전공하신 아버지(덤으로, 장면이 무서우면 들러붙을 수도 있는)랑이라면 최적의 파트너! 아버지가 넘어오시자 어머니도 보시겠다고 하셔서, 셋이서 룰루랄라 손잡고 어린이날 조조로 관람했습니다. 보고 난 결론은... 한국 마이너 장르의 웰메이드 무비를 또 하나 발견했으나, 이걸 꼭 어린이날 아침에 봐야 했던가... -_-;; 중요한 건 아니지만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사건 플롯만 놓고 보면, 이것은 [소년탐정 김전일]의 '다비드의 별 살인사건'이구만... 몸서리치게 참혹한 장면이 많았습니다만(사람 죽을 때마다 눈 가리고 안봤으나;),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의 구성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생각해보니 '기생수'도 그랬었군요...). 그 시절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역사배경이나, 문화배경(무속 같은)이 잘 갈무리되어 있었기에 사극 추리로서의 전개가 굉장히 흥미로웠고, 과거 비리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기에 끝까지 볼 수 있었지요. 어려운 옛말들이 나와서 좀 헷갈리기는 했습니다만(토호사라든가). 섬 전체가 점점 미쳐돌아간다는 연출로서 닭잡는 장면이 제일 끔찍했던 거 같습니다 -_-; (<- 사람이 아니라서 방심하다 눈가리는 타이밍을 놓쳤음.) 중간에 잠깐 나왔던, 우물 속에 갇히는 원규의 꿈. 우물이 그리 무서운 공간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좀 뜬금없었던 그 꿈은 왜 있어야 했던가 생각해보니 답은 간단히 나오더군요. 원규의 아버지가 어떤 인물이었던가, 그것은 원규의 입으로밖에 정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5년 전에 아버지를 여읜 원규는 (너무도 당연히) 아버지를 미화해서 얘기하지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놓고 돌아가신 분에게 못다한 감정이 있었다는 것 따위 본인도 자각 못할 겁니다. 그래서 초반에 그의 아버지는 엄하나 강직한, 인정있는 인물이었다는 인상으로 남습니다만, 원규의 무의식이 나타나는 꿈을 이용해 어린 눈에 비쳤던 아버지의 인상을 암시해주지요. 그 덕에 후반의 반전도 잘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급기야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져드는 섬은 '파리대왕'을 연상시키더군요. 저 정말로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_-;; 주인공 죽을까봐. 한 사람이라도 구원받는 자가 없으면 어디 꿈자리가 사나워서 잠 자겠습니까. 결국 결말엔 구원 따위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다행이다 일단은; 클래이막스는 진짜진짜진짜 소름이 돋았습니다. 마지막 발모자가 살해당하는 것을 모면하고 살아서 잡혔을 때 왠지 이건 불공평하다고 약하게나마 툴툴대던, 사악한 제 뒤통수가 별이 보일 만큼 얻어터지는 느낌이더군요. 마무리의 피눈물도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정말로 피눈물의 비가 내린 것인지, 아니면 피범벅이 된 채 집단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사람들의 착각이었는지 알 수 없도록 환상적으로 처리했지요. 수놓인 수건을 버리는 원규의 태도 또한 고발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비춰졌고요. 이제 와서 진실을 밝힌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같이 본 어머니 말씀따나, 모두가 구원받을 수 없는 죄인인 겁니다. 사람은 자기가 되게 이성적인 동물인 줄 알고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문화와 사회를 이룩한 걸로 착각하곤 합니다만, '외딴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이 기묘한 사회를 만들어내는데 얼마나 일조했는지 지켜보다 보니 새삼 오싹해지네요. 환경의 영향이라는게 정말 무섭습니다. 일본의 독특한 기쿠바리, 혼네 문화가 정착된 원인이 섬나라라는데 있다는 얘기가 무서운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오던데요. 집단이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 광기를 잠재우는, 그런 사회의 풍경을 지켜보면서 케이건 드라카의 말이 떠올랐어요. 희생양이 죽을 때 집단의 공포도 함께 죽는 거라고. 그래서 사회에 평화가 찾아오는 거라고요. 그것이 눈물을 마시는 새의 역할이었지요. 상황이나 전개는 다르지만 그 논리는 기본적으로 여기서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요새 듣는 모종의 강의 때문에 이 영화의 주제가 왠지 학창시절로 이어졌습니다. 아마도 고등학교 입시생 시절이 제가 겪은 최대의 폐쇄상황일 테니 그랬겠지요. 여자들만 모여있는 반이었습니다만, 오십명이라는 인원 내에서도 날라리 그룹, 엘리트 그룹, 일반 그룹 몇개, 아웃사이더, 왕따, 열등그룹 등등 기가 막힐 정도로 파가 확실히 쪼개졌었습니다(한 그룹 당 5-7명). 하지만 대학에 온 뒤 만나보니 그런 그룹의 성향은 전혀 간데 없이 다 똑같은 여대생이 되더군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는 그러라니까 당연한 줄 알았던 교칙들이 사실은 무진장 억압적이고, 부당하고, 민주주의와는 삼천년 정도 떨어져있었던 것만큼 고등학교도 하나의 폐쇄사회입니다. 담임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도 기본적인 사회구도가 그런 이상 오십보 백보입니다. 권위주의의 틀 속에서 끊임없이 하나의 목표를 강요받는 가운데 십대 학생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공포란 이루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지 오래인 왕따의 생성이유도 간단하게 풀립니다. 구원받을 곳 없는 폐쇄집단의 광기를 묻어두기 위해선 희생양이 필요한 겁니다. 반장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으니까요. 반장은 반장이지 눈물을 마시는 새가 아닙니다. 예전에는 왕따가 없었다고요? 그랬을 겁니다. 요새처럼 전원 (좋은)대학에 못가면 죽는다는 분위기가 아니었을 테니까요. 지금의 대학은 기본 코스처럼 생각되고 있잖습니까. 고 2 때 [무한의 리바이어스]를 보면서 얼마나 몸서리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코우지는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네요. 이 집단의 광기를, 이쿠미의 광기를 잠재우고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고요. 운명의 장난이라 생각되는 타이밍에 구조대가 와서 사건은 거기서 종결되었습니다만, 만일 코우지가 거기서 죽고 표류 기간이 좀 더 길어졌다면 뭔가가 바뀌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섬이 강 객주를 죽이고 7년 동안 안정되었듯이. 하지만 희생양은 또 새로운 희생양을 필요로 합니다. 정말이지 보기 싫은 현실을 한번 더 자각시켜준 꿀꿀한 영화였습니다. P.S : 군관복 진짜 예쁩니다... 차승원씨 맞다 당신 원래는 모델이었지 orz 조선시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알록달록한 옷을 디자인했답니까 그래. P.S 2 : 원규의 상관, 권위주의에 찌든 훼방꾼인 줄 알았는데 실은 이 칙칙한 영화의 개그 캐릭터였어요... P.S 3 : 이건 아시는 분만 아실 얘기입니다만... 그래서 그렇게 떠나야만 했던 건가. 결국 그는 현대에서조차 왕으로서 눈물을 마시는 새가 된 것이구나. 이 모든 일이 삼천년 전의 비극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그 공포를 더 이상 현대에 끌고 들어오지 않기 위해서 혹은 끝내기 위해서 모두는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은 마지막으로 남겨진 과거와의 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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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늘 눈팅만 했었는데 하도 ..
by stonebe at 07/08 감사합니다 ^^ 음.... 우테나.. by 청룡하안사녀 at 06/30 살아가자님 언제나 열정적인 모습.. by 청룡하안사녀 at 06/26 안녕하세요 책 잘 받았어요 저는 .. by clay at 06/26 네이버 블로그로 담아가겠습니다... by 이세린 at 06/20 살아가자님 이제 유명인 되셨군.. by 휘연 at 06/17 ...울어라 팬... ㅠㅠ!!! 2 by 아리샤인 at 06/16 ...울어라 팬... ㅠㅠ!!! by 계짱 at 06/16 학교에 11일자 한겨레 신문 들고오.. by 리안 at 06/16 다시 봐도 멋진 광고ㅇ>-< 토.. by T-Bell at 06/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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