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화키아 팬께 사죄를 드립니다 m(__)m
요 이틀간의 폭주 때문에 현재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 동맹 초기에 츄츄동맹을 한번 뒤엎었던 h님의 명문들을 다시 읽다보니, 제 생각이 그때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거기다 부재자의 '아히루에게 관대한만큼 화키아에겐 잔인하다'는 말이 머리 속에 클린히트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엄청 반성 중입니다. orz 화키아 팬분들께 죄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커플링을 싸고 돌게 되는 것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커플링을 부정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이 제가 저 자신에게 가지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랬는데도 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말로는 아히화키를 자처하는 주제에 아히루를 가엾게 여기는 만큼 화키아에게 잔인한 일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 역시 화키아 팬에게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강요입니다. h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당연히 화키아 팬은 화키아가 행복해져야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아직도 저는 주인공 펫치에서 벗어나려면 멀었습니다;;;;; 모든 것을 아히루 중심으로만 보고 있었으니. 반성하겠습니다.


제가 가장 자신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제가 화키아에게 그런 시련을 강요해온 이유가...
아히루가 잊혀지지 말았으면 하니까--- 가 아니라,
실은 저 자신의 자기 연민에 지나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삶이 끝났을 때,
남겨진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해주기를 바라십니까.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때, 뒤에 남겨진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을 원한다면 빨리 자신의 죽음과 슬픔을 떨쳐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래야 합니다. 그건 당연한 거지요. 도의적인 소망입니다.
하지만, 정말은 어떻습니까. 코흘리개 시절 부모님께 혼나고서는 훌쩍훌쩍 울면서 "내가 이대로 죽어버리면 엄마가 속상해하겠지"라고 징징대던 자신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죽음이 세상에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그저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잊혀진다는 사실은 슬픕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적어도 저는 그런 현실에 태연하려 노력합니다. 매달리는건 비참하기 때문이지요.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런 잔인한 요구를 할 만큼 자신이 나약하고 한심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소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그런 한가닥 자존심마저 사라집니다. 내가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는 것은 꼴불견이라고 느껴지지만, 죽은 친구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당한 요구처럼 보여지지요.

저는, 제가 화키아가 아히루의 소멸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기를 바라는 이유가, 실은 아히루처럼 세상의 조연인 저 자신이 잊혀져 버리는 것이 슬프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향해서, 혹은 누군가를 향해서
제 죽음을 기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꼴불견이기 때문에 싫습니다.
하지만 아히루의 소멸을 기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런 느낌이 안 들지요.

세상의 조연인 저는,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조연이었던 아히루에게 나의 비애를 대입하고
남겨진 자인 화키아에게 억지를 부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아히루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는데도, 저 혼자만의 욕심으로 말입니다.

화키아가 끝까지 아히루를 사랑해준 왕자님으로서 남아주길 바란 거겠지요.
그런 이기심을 가진 채로, 화키아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화키아의 행복을 바란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뒤집어 생각하면 저 역시 화키아 안티로 보여질 사람일지도 모릅니다(쓴웃음). 화키아 좀비를 자처하던 주제에, 화키아를 위하기보다는 자기 연민을 달래기 위한 상대로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니까요.


언제쯤 온전하게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올려나요.

by 살아가자 | 2005/05/13 21:20 | 루우의 사랑고백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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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탁상 at 2005/05/13 22:24
ㅇ_ㅇ...
전 유명해지는게 꿈이에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든 "한 시절을 풍미한 사람이었다" 정도로도....그리 오래까지 기억해주지 않는다해도 그냥 "그랬었지.." 정도라도...기억된다면 너무 행복할것같아요.
Commented by creasy at 2005/05/14 02:08
살아가자님.. 힘내세요.. :) 비록 말로 표현은 잘 못해도 님의 그런 감정 저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아히루를 향한 연민아닌 연민 저도 마찬가지로 지니고 있어요.. 글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그릇이라는 말.. 또 마음은 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표현하려는 의지, 그건 다시 인간의 행동,언행,사고로 이어진답니다.. :) 님께서 폭주라는 말씀 하셨는데.. 폭주라면 폭주이기도 하겠지만, 욕하려는 취지로 글을 쓰신건 아니잖아요.. 주제넘게 글 올렸는데 혹 불편하게 하는건 아닐까 걱정되네요;;;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14 10:50
탁상님 / 그렇게 될 수 있는 사람도 있지요...
creasy님 / 글을 너무 아름답게 쓰시네요 ^^; 감사합니다.
물론 욕하려는 취지로 쓴 건 아닙니다. 단지 혼자서만 일방적으로 읽고 끙끙대는게 속이 불편해서 작성해본 건데, 다 쓴 직후 저 역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광장에서는 가만 있었지만 의외로 자신의 공간에서 떠들다가 재각성하는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不在者 at 2005/05/14 11:11
그래서 동화가 있는거지, 영원히 사랑했습니다. 영원히 행복했습니다. 세월에 따라 식어가는 사랑도, 변심도, 나이들어가는 주름진 얼굴도,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도, 그리고 끝내 다가오는 나의 죽음도, 병의 고통도, 어느 것 하나 생각하지 않은 채 '영원히''행복'했습니다로 주인공이 되어서 얼굴 없는 조연도, 수없이 죽어간 많은 조연들도 어느 것 하나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 '절대적 가치' 우테나도 아히루도 그런 '절대적인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해. 사람도 그렇지.. 살아가면서 현실을 보게 될때까지 우리에겐 꿈을 꾸고, 추구하고 있는 거지. 그러다가 그 현실의 한계를 알았을 때, 좌절과 체념을 경험하고 성장해 나가는거지. 우테나의 아키오(맞나?)처럼 그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에 갖히는 사람도 있고 우테나처럼 그 현실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사람도 있고, 아히루처럼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사람도 있겠지. 세상에는 참아야 하는것이 너무 많아. 우리는 잃어버린 꿈을 꾸기 위해 필사적이 되지.오지 않을 희망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 미래를 생각하고, 절대적인 가치가 어딘가엔 있을 거라고 막연한 정말 막연한 내일을 갖고 싶어 하는거야.
Commented by 不在者 at 2005/05/14 11:14
응? 기운내라고 쓰고 있었는데 이야기가 절망적으로 흐르고 있네. 현실은 늘 잔혹하지만, 그 현실이 싫기 때문에 나를 부정한다면 그리고 꿈에만 매료된다면, 인생은 참으로 가치 없는것이 되겠지. 아히루는 자신을 긍정하고 꿈은 꿈으로 묻어둔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해 오리든, 사람이든, 그것은 모두 겪는 하나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해. 폭주는 윗 분이 아니라 날세 -_- 여하튼 결론은 너도 잘 크고 있단 이야기야 (웃음) 모두에게 좋은 사람/ 모두에게 좋은 결론이란 없어.(그런거야 말로 동화에나 있는거지) 그렇기 때문에 아히루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조금은 때를 쓰는것 정도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Commented by 不在者 at 2005/05/14 11:16
블라블라블라 말이 정말 많구나 나란놈은 orz 보고 알아서 지워라 내가 썼지만 덧글주제에 말이 너무 기니 징글징글하다 0_0 비공개로 남긴다는 것이 깜빡했다. 알아서 폭파시켜다오.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14 11:18
설마하니 내가 이걸 지울거라고 생각했니(웃음). 좋은 얘기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스폐셜땡큐~~~~~!
Commented by laitwave at 2005/05/14 11:25
화키아가 아히루를 배신하면 용서 안한다는 얘기, 전에 상영회후에 KFC갔을때 여자분들이 했던 얘기였죠. 저 역시 웃으며 동의했습니다만 마음속에 걸린게, 아히루를 잊지않고 사는 것과 아히루만을 생각하며 사는(살아야하는?) 것이 같은 것인가하는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화키아가 평생을 그렇게 보내야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니를 너무 심각하게 대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관뒀었습니다. 게다가, 전 이젠 애니캐릭에 대해 실재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 다른 분들의 꿈을 깨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Commented by laitwave at 2005/05/14 11:26
화키아가 아히루를 잊지 말았으면 하는 거... 두려움이라고, 자기연민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전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음에 블로그나 미니홈피들을 하지않나요?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면도 있을 것이고요. 현실속에선 죽지않고 살아있음에도 신경써주지 않는 경우가 워낙 많으니까요. 그래서 사회의 작은 부품, 조연으로 있다가 사라져가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겠지만, 전 세상에 그 수많은 조연이 없으면 주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역할이 다 있는 것이고, 작은 부품에 해당한다 해도 다 존재의미가 있으니까요.
살아가자님의 말씀은 이런 역할론적 얘기가 아닌데, 좀 옆으로 샜네요. 자신의 죽음뒤에 주위의 정든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 못 해줄 거란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사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잊지않고 살지만, 그 슬픔속에 묻혀서 살 정도로 약하진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어느 시기에, 어떤 형태의 죽음을 맞이했느냐가 문제가 되겠죠. 한이 많이 남는 죽음을 맞게 되면 그만큼 주위사람들이 슬픔과 고통속에 있을 수 밖에 없으니...
Commented by latwave at 2005/05/14 11:26
화키아의 행복을 말하기전에, 행복이란 무엇인가부터 생각해보면... 전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화목하다고 말해지는 가정을 이루고 자식낳고, 크는 거 보고... 이것도 행복같고, 혼자 살더라도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불안한 거 없고, 그냥 평이하게 가는 것도 행복같고...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자기생활에 만족하는 가가 전제가 되지 않나요. 옆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행복이란 가르쳐줘서 아는게 아니라 그냥 느끼는거니까요.

덤 : 불행이란 과연 무엇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 경우에 비춰봐도 어렵고 힘든시기,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이런 게 없었으면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것, 알고 있는 것들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보면 산다는 건 참 오묘한 거네요.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14 11:28
그게 동인녀들이 꾸는 꿈 중에 하나죠. 야오이 같은 걸 보면 아주 잘 드러나는(웃음). 굉장한 이기심이지만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욕심이기도 하기에, 하다못해 현실의 제약이 없는 가상인물은 그래주기를 바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 자체는 별로 나쁘다고 생각지 않아요. 단지 그런 제 욕심을 표출했다가 그 캐릭터 팬분들이 속이라도 상하신다면 별개의 문제가 되지요.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14 11:32
첫번째 리플 보고 답글 다는 중에 두개나 더 달렸네요 ^^;

화키아의 행복은 그 본인밖에 모르는 거긴 합니다만, 아히루의 부재를 계속 기억해주길 바라면서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도 뻔뻔스런 느낌이라서요. 그 슬픔을 간직한 채로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강한 인간이 된다면, 화키아는 최고로 멋진 남자가 될 수 있겠지만(대폭소).
Commented by laitwave at 2005/05/14 11:33
그러고보니,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진짜 강한 사람이네요.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15 09:44
화키아가 그런 강한 인간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거지요. <- 팬픽을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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