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us Christ Superstar

작년 겨울.
모든 동기가 그렇지만, 이 공연과의 인연도 참 별 볼 일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냥, 웨버의 작품이라니까 보고 싶은 정도였을텐데.... 그 비싼 티켓을 어떻게 질렀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납니다. 30% 할인해준다길래 메인 캐스팅을 포기하고, 그 대신 난생 처음으로 R석이라는 휘황찬란한 자리에 가보게 되었어요. 같이 갈 사람을 물색해보기도 했는데, 예약현황을 보러 들어간 사이트에서 2층 맨 앞 중앙자리가 딱 하나 비어있는걸 보고 그냥 혼자 가는 걸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하지요)

록 뮤지컬이다, 성경에 대한 이야기다 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Overture의 선율 정도는 대충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작품에 대해서 사전정보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그저 처음으로 가보는 R석이라는 사실에만 두근거리며 세종문화회관을 찾았지요.

그리고 이건 3시 41분에, 공연 시작 직전 휘갈겨쓰듯이 남겨놓은 메모. 나중에 일기장에 쓰려고(-///-) 당시의 감정을 미리미리 기록해두는 거지요.






......그리고, 정확히 세 시간 뒤에 쓴 메모입니다.







사람 하나 망가지는거 참 순식간이죠? (히죽)


한 시간 반 동안 공연을 본 뒤, 그야말로 혼백이 완전히 빠져나가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마구 1층으로 뛰어내려가서 지휘자에게 인사하고, 저녁 공연 준비하려고 다시 나온 배우분들께 마구 소리를 질렀어요. 이런 공연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아 예..." 하시면서 손 흔들어 주시더군요). 그때는 정말 관계자 아무나 붙잡고 큰 절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공연장 밖에 나와서 싸늘한 공기를 맞아도 전혀 진정이 되지를 않더라고요. 누군가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같이 이 혼수상태(.....)를 공유하고 싶은데. 이래서 다들 누군가와 같이 오려고 하는구나.. 하고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저녁식사 약속이 있다는 걸 기억해내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근데 하필이면 두 놈 다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그래서 못 견디고 결국 해외전화. 집에 전화를 걸어서 "여보세요" 소리가 나는 순간서부터, 그야말로 둑이 터지는 것처럼 그저 좔좔좔좔 감탄사만 늘어놓았지요. 그러다 5분쯤 경과했을 때, 조금은 진정했는지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어딘가 힘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빠, 어디 아프세요?"
"아니."
"근데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자고 있었거든."

...........................................

Maafkan aku!!!!!!!!!!!!!!
당장 전화를 끊었지만, 아직도 발딱대는 가슴이 가라앉지를 않더라고요. 겨우 '집에 가야지....'하는 생각이 들길래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걸었어요. <- 저녁 약속은 이 시점에서 새까맣게 잊었음
그런데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그나마 지리감각은 좋은 편이거든요?;;; 한데 정신의 모든 감각이 마비가 되기라도 했는지 아무리 걸어도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종각 역 앞에서 한시간을 헤맸어요. 지금 생각하면 집에 갈 의욕 자체가 없었구나, 싶군요 ^^; 정 안되면 물어보든지 지하철을 타면 될 걸, 그 추운데 입은 헤벌레 벌리고서 인파 사이를 누비고 다녔으니.

저 메모는 그래도 나름대로 집에 갈만큼 정신을 수습한 뒤에 쓴 거예요. 결국 집앞으로 가는 버스 못 찾고 그쪽 방면 아무 버스나 탔는데, 길이 밀려서 거북이 걸음이다보니 원래 계획(당시의 감동을 적어놓자)이 생각나서 틈을 타 뭔가 기록해두려고 했죠. 헌데 막상 시작하니 저렇게 언어가 아닌 동물의 비명만 나와서 소용없음을 깨닫고 금세 접었습니다.

너무 쇼크를 받아서, 외국에 가는 친구 송별회를 위한 저녁식사에서도 완전히 맛이 간 채 앉아있다가 일찍 들어와버렸어요. 감상문 써야 한다고. 미안해 지은아 ^^;;;;
그런 주제에 아무것도 쓸 수가 없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뭔가 나오긴 나왔는데, 무섭도록 솔직한데다 혼자만 알아먹을 내면의 소리라서 차마 공개할 수가 없었달까.....




그렇게 격렬한 감정은 베스트 작품들의 엔딩을 처음 볼 때나 느끼던 거였는데, 이건 한 시간 반 만에 저를 그 꼴로 만들어놨으니 죽을 만도 하죠. 공연 보고 그렇게까지 텐션이 올라갔던 건, 태어나서 처음으로 뮤지컬 공연이라는 걸 보러갔을 때 이래 처음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제게 2년만 일찍 뮤지컬이라는 걸 보여주셨다면, 전 지금 여기 머무르고 있지 않았을 거라고 먼산을 한번 바라봅니다.


2004년 한국판 지저스 공연은, 다른 버젼을 많이 들어본 지금 생각하면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역시 첫인상이라는게 있어서 좋아합니다 ^^;;; 성능 떨어지는 워크맨으로 몰래 녹음해온 테이프를 계속 반복해 듣곤 하지요(결국 음악 금단증상을 못 이겨 다시 표 끊고 들어가 녹음을 해왔다). 하지만 겟세마네는 정말 어떻게 좀 해줬으면 -_-;;; 박완규씨 버젼이 듣고 싶었는데. EBS에서 해준 지저스 하일라이트 특집에서 나온 노래는 전부 사운드 땄지만 거기는 없더라고요 T_T
말썽쟁이 시몬이 너무 상큼해서 꺄꺄 거렸고, 김동욱씨는 비쥬얼만으로는 본 것 중에 최고의 유다였고, 빌라도와 가야바는 최강이었다고 감히 생각 중. 커튼 콜에서는 그냥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 대항 연장전 볼 때 꼭 이랬던 거 같은데....

당시 공연 자체는 상당히 혹평을 들은 것 같았지만, 어차피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관람객일 뿐이고 충분히(랄까 벅차게) 즐겼으니 괜찮겠지요. 물론 노래도 멋졌지만,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결정적으로 제게 다가온 것은 서사였습니다. 음악만이라면 세상엔 너무 좋은 뮤지컬이 많아요. 이렇게까지 흐늘흐늘해지진 않겠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제게 던져준 충격은 그야말로 저만이 가지고 있는 이유, 저만이 알고 있는 원인 때문이라 쓰기가 어렵네요. ^^;;; 어떻게 그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첫번째.

사춘기 바람이 들었던 순간, 정해진 기존 체제들이 모두 못마땅해 보이고 인정하기도 싫던 그 때... 제 주변에 있는 어른들의 문화는 전부 못마땅했지요. 학교, 정치, 그리고 교회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계속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을 가진 부모님의 모습이 참 이상적으로 비쳤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건 변할 수 없는 제 안의 절대성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계속 방황하고 있었어요. 제 내면의 신앙과 짜여진 사회 사이의 불협화음을 통합하지 못한 채 혼자서 고민하면서. 굳이 비유하자면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의 동인계에서 저 혼자 마이너 커플링을 추종해온 기분이랄까요?(켁;) 아니, 동지를 찾지 못한 건 분명 제가 그 사회에서 열성적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ㅁ;

그럼에도 제 마음은 순수하다고 믿고 있었어요. 이건 변하지 않는 믿음이라고.

그렇지 않다-- 고, 제게 말해준 것이 이 공연이었습니다.

자신의 이십몇년 동안의 사랑이 부정당한 것 같아서 막 울었어요. 모든 사람을 기만했다는 느낌 역시 참을 수가 없었지요. 나 자신도, 그 분도. 착각하고 있었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라고, 좀 더 고민하고 상처입었어야 옳았던 거라고요.



두번째.

신으로서의 지저스, 인간으로서의 지저스, 이야기되는 지저스, 내게 있어서의 지저스.
하나의 존재에 대한 의의가 이렇게 네 가지로 쪼개져서 제 안에서 충돌을 일으키던걸요. 그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저스의 음악은, 공연은 몇번을 반복해서 봐도 여전히 심란하고 다시금 감정을 휘젓습니다. 하여튼 한번 보고 나면 시간 잡아먹는데는 뭐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매번 봐도 질리기는커녕 나태한 자신을 자각시키니까. 적당히 뭉뚱그려서 넘겨버리면 안된다고. 잊지 말라고, 그리고 사랑하라고요.

너무도 진지해서 저로 하여금 몇번이고 진검을 뽑아들고 승부를 청하게 만들지요. ^^;

그리고 지치지도 않고 사람에게 상처를 내서 피가 팍팍 흐르게 해주고요.



그 뒤로 지저스 음반 및 DVD는 무조건 다 질렀습니다만;;;
2001년 공연실황은 다 보는데 꽤나 오래 걸렸어요. 제게는 너무 자극적이라서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었거든요 -_-;;; 결국 하루에 10분씩 보는 전개가 되었죠. 어째서 이렇게까지 볼 때마다 자극적이고 팍팍 꽂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장 건강에는 정말 안 좋은 것 같아요.
가끔 조금 한숨을 쉬곤 합니다. 당신 이름이 지저스만 아니고 당신 이름이 유다만 아니었어도 내가 매번 이렇게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음악을 듣지 않아도 될 텐데, 왜 그 이름이라는 것만으로 이렇게 끙끙 앓아누워야 하냐고..... 케찰 코아틀이래도 아마테라스래도 얌생이래도 괜찮았을 텐데. 알아듣지 못한 척, 모르는 척 할 수 있었을 텐데.
평소 습관대로 노래를 막 따라부르다가, 겟세마네서부터 유다에 가야바까지 계속 읊어대다가 어느 순간 흠칫하면서 숨을 들어마시곤 합니다. <- 아버지에게 겟세마네를 불러달라고 조른 인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앞으로는 나오는 족족 보러가기로 작정했습니다 >ㅁ<
이거 좋은 자리에서 한번 볼 수 있다면 냄새나는 수도물과 말라비틀어진 식빵만으로 일주일을 산대도 감사히 버틸 수 있어요. 정말이라니까요?

by 살아가자 | 2005/05/18 17:11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트랙백(3)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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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헤니히의 Lux Aet.. at 2005/07/22 03:20

제목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또 하나의 passion
으아... 감상한지 얼마 안돼서 정신없는 글이겠지만, 일단 올리고 배째라하겠다. 날라리신자에다 신앙에 문제를 느껴 교회는 전혀 나가고 있지 않지만 본인은 일단 무늬는 기독교 신자임을 밝혀둔다. 오늘 모북의 문제 때문에 인쇄소를 갔다가 모분의 댁에서 맛난 저녁을 먹고나서... 하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고만것이다! 2000년도판 영화로 제작된것이었다. 잠깐보고 가려고 했으나 ...... 제대로 낚여버린것이다 -┎; 처음 이 작품을 접하게된것은 조승우씨 주연의 '지......more

Tracked from 헤니히의 Lux Aet.. at 2005/07/22 03:22

제목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73년도 영화버전
봤습니다. 봤습니다. 예수님역의 테드 닐리는 정말 작은체구임에도 카리스마가 엄청나더군요. 강건하고 당당한 모습은 그야말로 우리가 알고있던 예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유다역의 칼 앤더슨씨는 73년도영화라서 화면도 침침하고 흑인분이라 표정같은것이 잘 보이지 않아서 섭섭했습니다만 나중엔 역시나 그런것이 장애가 되지 않을정도로 마음에 들어버렸습니다. 오버스러운 손짓같은것도 이제는 애교스럽게 보일지경입니다. 똑같은 작품인데도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특히 시몬은 깜짝놀랄정도였습니다. 2000년도 영......more

Tracked from ☆드림노트2☆ at 2005/07/25 09:07

제목 : 수퍼스타 예수그리스도
뮤지컬의 '대왕'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충격적인 데뷔작, 《Jesus Christ Superstar》. 본작은 뮤지컬이 아니라 록 오페라(Rock Opera)로 호칭되고 있는데, 그 표현이 실로 어울립니다. 본편의 악곡을 이용한 서곡과 아리아, 합창, 라이트모티프 등 모든 오페라적 요소가 벨 칸토가 아닌 록의 형태로 구성되어져 있거든요. (사실 라이트모티프라기보다는 특정 시퀀스에서 특정 선율이 변주되어 사용되는 거지만...). 뮤지컬을 거의 듣지 않는 제가 전곡을 기억하고 있고, 거의 매년 공연에 찾아가는 유일한 작품이 바로......more

Commented by Starless at 2005/05/19 00:13
..다른 뮤지컬 음악은 계속 들어봐도 그다지 땡기질 않는 걸 보면 뮤지컬음악이란 장르 자체가 별로 취향인 것 같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웨버의 음악만 이렇게 사람을 몰입시키는 힘이 있는 걸 보면 웨버는 천재 맞는 것 같습니다 T.T
Commented by creasy at 2005/05/19 01:08
오오.. 저거 꽤나 파격적인 작품이지요, 락의 형식을 빌린 내면 표출의 묘미가.. +_+ 좋아하는 작품이고, 끝에 볼때마다 마음이 아파오는 작품이기도 해요..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19 08:59
Starless님 / 시기도 죽이지요. 겁도 없이 종교문제로 뮤지컬 만들고, 그 다음에는 정치를 손대고... 그 뒤엔 유희로 갔다가 고급화로 갔다가.... 세상엔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즐거워요(히죽)

creasy님 / 강하지요.... 공연이라 버젼이 매번 달라지는 것도 묘미고요.
Commented by misha at 2005/05/19 09:06
96년 캐스트의 '겟세마네'를 듣고서는 혼자 마구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콤 윌킨슨의 유다를 아직 못 들어본 게 한스럽기 그지 없어요. ㅠ_ㅜ
작년의 국내 JCS 공연은, 글쎄요. 2001년 브로드웨이의 연출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히 연출면에서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공연당시 상당히 파격적이란 평을 들은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서도 그 감성을 그대로 살려낼 줄은 몰랐거든요. 번역가사도 꽤 좋았고요.
...다만, 다만, 다만. 배우들의 삑사리가!!! ㅠ_ㅜ 공연 보러가기 전 96년 캐스트를 줄창 들은 탓이라고 아무리 제 자신을 되뇌어도 감정표현은 커녕 호흡마저 끊기는 배우들은 도저히 용서하기 어렵더군요. 바쁜 스케줄에 지방공연, 그것도 첫날 첫타임이라 그랬다고 해도 이쪽은 거금을 내고 갔단 말이죠. 부산공연에서의 김동욱씨는 가수로서 '노래'를 불렀지 '유다'로서 자신을 표현했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Commented by misha at 2005/05/19 09:06
그러나 역시 시몬/마리아/가야바는 멋졌어요. 특히 시몬!! 하도 주연들의 연기력에 대한 말들이 많아서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래도 시몬은 멋져♡'라는 의견들을 보고 R석 표를 덥석 끊었더랬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또 다시 JCS 국내공연한다면 보러 갈 겁니다. 한번 '꽂힌' 건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19 12:31
네..... 시몬은 정말;;;;; 보는 순간 빠순이 모드로 들어가서 꺄악 옵빠(.....). 장래가 기대되는 분입니다.

노래야 어쨌든 연출이 파격적이었다는 점에선, 이게 첫타였다는 게 행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홍보에서도 그 점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걸 봤지만 ^^; 저도 96년 겟세마네가 들어보고 싶어요....
Commented at 2005/05/19 22: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20 09:10
어어어어 모처럼 보내주셨는데 스팸에도 뭣에도 아예 도착을 안했어요 orz 어째서?! ;ㅁ; 흑흑흑 주소는 저거 맞는데.....
Commented at 2005/05/20 09: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20 20:11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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