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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당할 수 없다 <- 처절한 복수극의 현장....일까...?
복수하고 난 뒤 본인에게 더 강하게 덮쳐오는 허무감이라는 게 이런 겁니까.....? <- 아냐 아아... 안 선생님.... 안 선생님.... 돈이 갖고 싶어요... 저걸 못 사는 대신에, 하다못해 이 기회에 [슬램덩크]를 향한 사랑고백을 써보고 싶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면서 이제까지 글 한번 안 써놓은 것이 스스로 좀 원망스럽기도 했거든요. 이유야 나름대로 있지만. [슬램덩크]를 놓고는 분석글이나 감상 같은 거 쓸 수 없습니다. 슬램덩크 31권 내에 있는 것이라면 잘못 튄 얼룩 한 방울이라도 이뻐보이기 때문에 ^^;;; 제게는 [슬램덩크]라는 작품이 성전이나 마찬가지로 절대적이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니 그보다는... '마음에 무거운 의미로 담고 있는' 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적절할지도요. 여튼 그런 만화로 두 작품이 있는데요. 하나는 짐작하시듯이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슬램덩크]이고 또 하나는 이와아키 히로시의 [기생수]입니다. 때로는, 상반되는 이 두 작품이 제가 세상을 향해 기대하는 플러스적이고 마이너스적인 감정을 각기 대변해주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어요.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한 [슬램덩크]이지만 저와의 인연은 상당히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1998년 가을이었나... 학교에서 주위에 앉은 급우가 읽고 있는 것을 우연히 훔쳐본 게 첫만남이었지요. 그게 하필이면 8권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정대만이 농구부에 들어와서 '다~~~ 죽여버리겠다 호잇짜' 하면서 행패를 부리는 장면입니다. 그 시절 저는 [슬램덩크]에 상당히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직 만화계에 입문한 지 2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서 읽어본 작품이 적었던 것도 있지만... 농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스토리를 못 따라갈 거라고 멋대로 생각한 것도 있고요(코믹스로는 슬램덩크가 처음 본 스포츠물). YMCA의 혹평이 뇌리에 남아있었던 탓도 있지요. 폭력적인 상업만화라는 딱지요. 물론 이 때는 이미 그런 바깥의 기준은 믿지 않게 된 뒤였지만, 너무도 유명하니까요. 같이 유행한 [드래곤볼]같은 경우 사나이들의 미학이긴 하지만 일단 잔인한 건 맞잖습니까. 그래서 [슬램덩크]도 그럴거다, 일반 대중에게 그렇게까지 히트친 데는 뭔가 선정적인 이유가 있었을거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에 손이 선뜻 안 갔던 겁니다. 제가 이때까지만 해도 야하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굉장히 두려워했거든요. ...어쩌면 단순히 메이저에 대한 반감이었을지도 -_-;;; <- 친구도, 실미도도, 태극기도 아직 못 본 인간 게다가 처음으로 접한 슬램덩크의 내용이 하라는 농구는 안하고 쌈질하는 장면(전 권 통틀어 딱 한번 나오는 싸움장면이 하필이면!!!)이니 가뜩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제가 보기에 어땠겠습니까. 그 뒤에 제가 어떡했게요? ..........어떡하긴 뭘 어떡합니까 당장 대여점 달려가서 전부 다 빌려왔지.... -_-; 싸움이건 뭐건, 스포츠맨쉽 실종이건 뭐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그저 마지막 장면에 정대만이 안 선생님 앞에 허물어지는 걸 본 순간 100% 공감, 완전항복을 외친 뒤에 농구의 ㄴ자도 모르는 주제에 그 세계로 퐁당 뛰어들었어요. 그리고 31권을 다 보기까지, 저와 제 동생이 얼마나 많은 눈물과 웃음을 보였는지 그건 서로도 잘 모릅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던데, 그게 뭘 의미하는지 [슬램덩크]를 접하고 나서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중간 과정은 달라도 어쨌든 요점은 골을 넣는 겁니다. 그게 뭐? 라고 생각했던 제 뒤통수를 아주 통렬하게 갈겨주더군요. 그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뛰고, 달리고, 드리블하고, 풋내기 슛을 넣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찬란해서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그때는 철가면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시절이었는데, [슬램덩크]를 보면서는 정말이지 많이 울었어요. 컷 하나하나에 분해서, 안타까워서, 진심으로 차오르는 감사의 마음을 못 이겨서. 하지만 슬퍼서 흘린 눈물은 없었습니다. 그게 자신으로서도 신기했지요. 무엇보다, 이제까지 작가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뜨겁게 간절하게 느껴본 작품이 없었습니다. 작품 전체에서 "나 농구 좋아 나 농구 좋아 너무너무너무 좋아"라는 감정이 펑펑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인간 최고의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로도 전할 수 없었던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이, 종이에 그린 수많은 선들을 통해서 직접 전해져 왔습니다. 말보다도 니름보다도 몸짓보다도 가까운,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의 교감을 거기서 느꼈다고 할까요. 아무리 기를 써본들 제 부족한 한 치 어휘가 [슬램덩크]의 감동을 하나라도 보탤 수 있겠습니까. 혹은 깎아내릴 수 있겠습니까. 그 엉망인 편집에 번역마저도 [슬램덩크]를 흠집내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들을 사쿠라기 하나미치나 루카와 카에데가 아닌 강백호와 서태웅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이름 따윈 아무래도 좋지만요. 뭐라 부르든 그 모습은 그대로 변하지 않으니까. 한국판이건 일본판이건 다 소장하고 있지만 감동은 여전하더군요. 그래서 실은, 유일하게 제가 특정 성향 2차 창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 "농구를 하지 않는 그들은 그들이 아냐!!"라는 심정이랄까요. 그 간절했던 진심을 왜곡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괴롭지요. 그런데 이쪽에서는 메이저고.... orz 이제까지 필사적으로 피해다녀서 한번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요. 상처받을까봐 겁나서 슬램덩크 온리전도 못 가봤고... (슬램덩크 여성향 팬분들께는 죄송합니다. 그 작품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 역시 다른 형태의 진심이겠지요. 그냥 제가 특수 알레르기 체질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하긴 생각해보니 슬램덩크 애니메이션도 싫어했군요. 성우분만 빼고 <- 요건 저만 그런게 아니겠지만 하지만 신기하지요. 저같은 경우 보통은 좋아하는 작품이 생기면 누군가와 버닝토크를 하거나 여튼 교류를 해야 성이 풀리는 타입인데도, 슬램덩크는 딱히 그런 걸 원하지 않아요. 이렇게나 좋아하는데도.... 어쩌면 새로이 교류할 필요도 없이, 이미 이노우에씨의 마음을 너무도 간절하게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2부도 바라지 않아요. 이미 [슬램덩크]는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 한 곳을 도달하지 못하고 끝나는 요절한 스타의 미학처럼(작품 내에서도 현실적인 측면에서도요).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분석하는건 이미 불가능합니다. 마치 첫사랑에 빠져서 제정신을 못 차리고 "I feel pretty"를 부르는 소녀처럼, "그에 대한 거라면 다~~~ 좋아!!!!"라고 외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생동감 있는 캐릭터니 박진감 있는 경기 연출이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소년만화적 가치가 이렇게까지 긍정적으로 와 닿은 건 처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물론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30권 마지막에서, 세상의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도 가치있게 들렸던 그 말. 아 정말이지 이걸 실시간 연재로 본 사람들은 한둘쯤 죽지 않았을까 몰라.... 장면 장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볼 때마다 울어버리는 정대만의 고백씬이라든가 하는 경우, 제가 느낀 정대만의 감정과 남자 후배가 얘기해준 정대만의 감정이 약간 관점의 차이를 보이더라고요. 성별이나 나이의 문제를 떠나서, 아마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덩어리의 스펙트럼이란 거겠지요. 그렇게,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말 한마디 갖다 붙일 수 없는 순간 순간이 슬램덩크가 가지는 최고의 미학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심하게 빠순이 모드라 읽을 가치가 없는 맹목찬양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orz 그래도 [슬램덩크]에 대해서 한마디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고 이만 접겠습니다 ^^;;; p.s : 아아아...... 이걸 쓰고 나니 저 상품들을 어떻게든 질러야 할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무나 나 좀 말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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