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해서 쓰는, 아히화키를 위한 자학 포스트.
제목 그대로 프린세스 츄츄 엔딩에 관련한, 아히화키 자폭성 삽질 포스트가 되겠습니다.

26화가 발표된 직후, 아히루와 화키아는 어떻게 된 것인가 --- 에 관해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가능성 및 해석과 거기에 기반한 팬픽들의 설정을 종합해서 나열해 보고자 합니다. 커플 문제로 끌고 들어가면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런 자학 포스트를 하는 이유는,
안타까움이 2차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다들 잘 먹고 잘 살았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납니다. 이야기가 멈춘 것이 아니라, '이야기거리'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프린세스 츄츄]의 이야기는 끝났어도 아히화키에 대해서는 아직 남은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 믿고 싶습니다.

언젠가 미로님이 팬픽에서 말씀하셨듯이,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고 건방진 동정이지만, 그렇게라도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화키아와 아히루 팬의 처절함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상처 쑤셔파기 염장질이지만... 누구는 간의 쓸개를 핥으면서 기억했다잖아요.
츄츄동맹 분들은 다 아시는 얘기일테니 굳이 또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종합정리입니다.





26화 엔딩이 염장질인 이유 중 하나는,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 하나만 떡 보여주고 그 이후로는 아무런 해명도 해주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마치 '니 마음대로 생각하세요'라는 것처럼. 그래서 츄츄동맹 같은 곳에서는 엄청 의견이 분분했지요. 피날레가 발표된 그 날 밤 츄츄좀비 몇분은 밤을 새시면서까지 리플토론을 계속했습니다.

드롯셀마이어의 등장 전으로 리셋된 마을, 그래서 도중에 튀어들어온 아히루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 평범한 고양이로 돌아가셔서 무사히 결혼하신(?) 고양이 선생님. 연못가에서 글을 쓰는 화키아와 그 아래에서 졸고 있는 오리 한 마리. 여기서 가능성은 세 가지로 갈라집니다.

그간 벌어진 모든 일들을

1. 화키아도 아히루도 기억한다.
2. 화키아는 기억하지만 아히루는 기억 못한다.
3. 화키아도 아히루도 기억 못한다.

1번의 경우는 별로 가능성이 없습니다. 아히루와 화키아가 바란 것은 '현실로 돌아가자, 이야기에 지배받지 않는 세계로' 였고 그것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아히루가 '현실의 오리'로 돌아갔다면 당연히, 아히루는 현실의 오리답게 자아도 가질 수 없고 사고도 할 리가 없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오리니까요. 따라서 가능성은 2번으로 넘어갑니다. 사실 츄츄동맹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동의하시는 결말은 2번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팬픽도 많이 쏟아져 나왔지요. (대신 일본 쪽은 거의 다 1번)

문제는 2번의 경우, 화키아의 삽질이 극에 달한다는데 있습니다. 만일 화키아가 리셋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다면, 현재 드롯셀마이어의 힘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은 화키아입니다. 따라서 화키아는 이제 '이야기를 현실로 하는 힘'을 소유하고 있지요.

그런 화키아가 그냥 오리로 돌아간, 모든 것을 잊어버린 아히루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히루를 인간 소녀로 되돌려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들 리가 없지요. 아히루의 이야기를 써서, 같이 마주 보고 이야기하고 웃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겁니다. 팬들조차 처연하게 여길 정도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라진 아히루인 걸요. 그런 그녀의 희생도 존재도 잊혀진 금관마을을 보면서 얼마나 속상하고 안타까울까요. (팬픽 [초콜릿 심장], [시간의 중심] 참조)
얼마나 아히루가 그립겠습니까. 나도 그런데

하지만, 당연히 그러면 안됩니다. 화키아가 다시 이야기를 써서 세상을 왜곡하고 현실을 뒤섞어버린다면, 그건 드롯셀마이어가 한 일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아히루와 화키아가 뭣땜에 생고생을 했는데요. 그건 아히루가 바라는 바도 아니고, 그렇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얻어도 아히루는 결코 기뻐하지 않을 겁니다. (팬픽 [꿈꾸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End roll] 참조)
화키아가 자기 욕심에 진다면 이건 무한루프 엔딩이 됩니다. 드롯셀마이어의 재림이지요. 핏줄은 무서워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돌아간 오리는 (슬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속편하기나 하지, 그걸 곁에서 계속 지켜봐야만 하는 화키아 쪽이 훨씬 더 불쌍하지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입장이란 잔인합니다. 모든 일이 그대로 종료되고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고정되었다면 체념이나 빠르죠. 화키아는 그걸 바꿀 수 있는 힘을 쥐고도 계속 참아야만 하는 거니까요.
...오리가 죽는 순간까지, 말이죠.
정말이지 이름값하는 녀석입니다. (Fakir : 수도승이란 뜻)

3번의 경우도 상당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는 아히루가 너무 불쌍해지기 때문에 되도록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크흑. 화키아마저 다른 마을 사람들처럼 아히루를 잊어버렸을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지요. 기억은 잃었어도 무의식 중에 그 오리를 돌보고 있는 걸 수도 있고, 혹은 그냥 모르는 남남으로서 같이 있는 것일 수도 있지요.그 엔딩 한 컷은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팬픽 [동 틀 무렵], [그리고 그 후] 참조)
....모 분 말씀대로 지나가던 고양이선생님이 자식들에게 사냥시범을 보인답시고 그 오리를 노리면 고대희랍희곡 중에서도 이만한 비극이 없겠지만요...


게다가 두 사람의 사이에 어떤 연정의 교류가 없었다는 것도 아주 미치도록 속터지는 점입니다....
화키아가 아히루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것은 공식 설정집에도 적혀 있는 사실이지만(아히루 때문에 자기 손에 칼을 메다꽂은 독한 놈), 잔인한 제작진들은 -_- 아히루가 그런 마음을 자각할 시간적 여유조차 전혀 주지 않았지요.

아히루는 계속 뮤토를 좋아해왔습니다. 그것이 모성애든 아가페든 어쨌든, 뮤토만을 바라봐온 것은 사실입니다. 얘는 워낙에 순수하고 단순해서 양다리를 걸칠 수 있을 타입도 아니고요. 교감은 화키아와 더 많았을지라도, 뮤토를 지킨다는 목표에 집중하느라 한눈 팔 사이도 없었지요.
그런데 뮤토에게 차였습니다. 당연히 엄청나게 충격받는 아히루.
(츄츄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지만 내 가슴에선 피눈물이 흘렀다!!!! 어흐흑-- orz)

정말 돔님 말씀대로 이 모든 건 까마귀 대왕의 잘못입니다. 동틀 때까지가 아니라 한 일주일은 시한을 줬어야죠 -_- 화키아가 아히루를 데리러 갔을 때 아히루는 죄책감과 실연의 아픔에 제정신이 아니었고 누구에게 눈을 돌릴 여유도 없이, 말 한 마디 건넬 사이도 없이 대의를 위해(...) 뮤토를 구하러 떠났습니다. 그리고 일이 모두 끝난 뒤 뮤토가 루우를 데리고 떠나면 이제 그녀는 한 마리 오리에 불과했지요.

하루만 여유있게 줬어도 아히루가 화키아를 향한 마음을 자각했을 텐데................ orz
그렇게 뜨거운 프로포즈를 듣고 안 넘어갈 여자가 어딨겠느냐 말이다!!!!!!
오리라고 해도 곁에 있어주겠다니!!!!!!! ;ㅁ;

아 정말이지 이럴 순 없는거야.... 세상이 이래선 안돼......
내 비록 솔로부대의 일원이긴 하지만 화키아가 입대하는 건 바라지 않거든? ;ㅁ;
화키아는 행복해져야 한단 말이다!!!! 그 누구보다도!!!!! 아히루와 함께!!!!!!


.....좀 이성을 잃고 폭주했는데(이 글 자체가 그걸 위한 거지만....)


물론 이 엔딩은, 메시지적으로는 아주 의미가 깊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 왕자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여주인공의 성장 등등. 하지만 러브스토리로 보면 이런 비극도 없지요. 그래서 도무지 아히화키를 잊을 수 없는 거지만요.

by 살아가자 | 2005/05/20 19:32 | 화키아의 불타라 펜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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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스터 at 2005/05/20 21:28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강림하여 화키아를 숫오리로.. 안될까요.OTL
Commented by 구아바 at 2005/05/20 21:52
으으 저도 차라리 화키아가 숫오리로라도오...orz 흑흑흑
Commented by misha at 2005/05/20 22:05
숫오리에 올인입니다. ㅠ_ㅜ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20 23:02
마스터님 / 실은 종족을 넘는 동화가 없는가 찾아봤는데, 18세기 후반에 낭만주의 사조를 타고 일어난 서양쪽 동화 붐은 이미 이성만세의 계몽주의가 한번 쓸고 간 뒤라 그런지 원래 동물이었는데 인간과 잘되는 동화가 없더군요. 동양쪽은 꽤 많지만.
구아바님 / 리솔렛님이 그런 내용의 일러스트를 그리신 일이 있었지요 ^^; 굵은 눈썹 숫오리의 압박(푸하하하)
misha님 / 그냥 아히루가 인간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요? ;ㅁ;
Commented by 올베 at 2005/05/20 23:31
보면서 눈물이 글썽 했어요. ㅠ_ㅜ
Commented by laitwave at 2005/05/20 23:52
후반부는 그럴 상황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긴하지만... 아히루는 화키아 손 다친건 신경도 안쓰고 있죠. 뭐, 물어봐도 화키아녀석, "그냥 다쳤어"하고 무덤덤하게 넘어갈테고...

리플 잇기 : 숫오리가 되는 대신 아히루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화키..(나 왜 이런대)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21 10:21
올베님 / 저도 그랬습니다....
laitwave님 / 그 말을 들으니 1부 마지막이 떠오르면서 잊고 있었던 분노가 새삼 솟구치는군요... 화키아 불쌍한 녀석. 맨날 손해만 본다니까... 물어봐도 대답 안해줄 녀석이긴 하지만요. 아히루가 좀만 더 여유가 있었어도 그 상처를 계기로 두 사람 관계에 진전이(퍽)
....그리고 별에 기도하는 화키아는 너무 사랑스러워요 orz
Commented by 묘희猫姬 at 2005/05/21 18:23
간의 쓸개...가 아니라 곰의 쓸개였던 것 같습니다만, 여하간.

정말이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츄츄의 엔딩은 자학 염장 가슴팍 후비기 밖에는 안되더군요 orz 그래도 이 것이 버닝의 근원이고 2차 창작의 원동력인 것이 세상의 아이러니. (먼 금관마을)
까마귀 대왕이 나쁜겁니다. 최소한 3일은 줬어야죠!! 달랑 동틀때까지라니 대왕치고는 정말 쪼잔하기 짝이 없는 시간 관념...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5/21 21:28
.......와하하하하 변명의 여지가 없이 틀렸습니다 orz
모처럼 지적해주셨으니 저 위의 오타는 웃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죠(응?;)
버닝의 근원...까지는 그렇다치고 2차 창작이 안나오네요...윽.
까마귀씨가 성질 급하고 더러운 거야 익히 아는 바지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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