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참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는 츄츄 2부의 마지막 일러스트. 그 뒷편에, 위 그림과 같은 내용의 이토씨의 분루가 숨어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저만의 망상일까요. 모르죠, 실제로는 어땠는지. 하지만 저 그림 하나의 임팩트로 시청자들의 혼을 빼놓고 달아나버린 듯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 엔딩에서 한마디라도 더 첨부했다가는 그 안타까운 미완성에 참고 있던 눈물이 넘쳐나올 것만 같거든요. 본래의 모습을 인정한다. 현실로 돌아간다. 맞는 말이지만, 작금의 상황은 마치 '오리'인 자신만을 받아들인 것 같지 않습니까? 물론, 가장 부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포용한다는 것은(그것도 왕자님 없이) 엄청나게 큰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츄츄도 아히루도, 모두 그녀라는 인격체의 모습입니다. 벌써 13화에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나의 마음은 나의 것이니까." 그런데, 어째서 츄츄로서의 아히루와 인간 소녀로서의 아히루는 부정당하고 마지막 엔딩에 나타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면서. 그것은 자기 긍정입니까, 아니면 체념입니까? <소녀혁명 우테나>와 비교해보면 문제는 더 뚜렷해집니다. 39화에서, 우테나 환영 속에 나타난 디오스가 말하지요. "자, 그렇게 한심한 얼굴 하지마. 그래, 이만하면 됐잖아. 한낱 여자아이로, 여기까지 왔으면 잘 한 거잖아. 왕자와 공주로 갈라진 학원에서. 한낱 오리 주제에, 여기까지 해냈으면 대단한 거지. 동화와 현실로 나눠진 마을에서. 비록 그 자신은 사라졌어도, 극복하지 못했어도, 해낸 일의 의의는 엄청나잖아? .......라고,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우테나가 사라진 직후에도. 츄츄 최후의 정경을 보면서도.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위로하지 않으면, 너무도 비참하니까요. 우테나가 너무도 가엾으니까. 아히루가 정말로 안됐으니까. 이걸로 됐어, 라고. 이게 혁명의 첫걸음이야, 포석이야, 라고 스스로에게 들려주면서. 안시가 학원 문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저는 그때, 이쿠하라가 외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습니다. 잘되긴 개뿔 ....이라고. 그런 자기위안은, 디오스가 우테나의 귓전에 속삭이던 세계의 끝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내가 주저앉아서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벅찼던, 그 [세계의 끝] 너머로 안시가 걸어나가는 걸 보면서..... 얼마나 놀라고 감동하고 용기를 얻었는지 모릅니다. 단순비교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사토씨가 감독했던 세일러문 1기와 이쿠하라가 감독했던 세일러문 S(3기)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세계관도 같고 설정도 같습니다. 둘 다 굉장한 걸작이지요. 저도 세일러문 시리즈 중에서는 1기와 3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한데 엔딩에서 두 감독의 성향 차이가 드러납니다. 사토씨가 담당한 1기의 엔딩에서는, 다들 아시겠지만 우사기와 희생당했던 친구들이 기억을 잃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지구를 구하기는 했지만, 그 대신 자신들이 치뤘던 전투도 그들에게 잠재된 파워도 모두 잊어버리고 말지요. 말하자면 1기 첫화의 상황으로 리셋을 한 건데, 아르테미스가 "괜찮아, 지금부터 다시 만나면 되는 거지 뭐" 어쩌구 하면서 마무리를 하지만 사실 이게 얼마나 비극입니까. 그동안 하도 극심한 싸움을 치러서 다들 잘됐다..고 생각하게 되기는 하지만, 살아남는 대신에 서로의 우정과 관계성을 그 대가로 바친 셈이잖아요. 지구도 구하고 살아남기도 했으니 해피엔딩이기는 한데... 어디서 많이 보던 패턴 아닙니까?![]() 그리고, 세계는 구원받습니다. 새턴이 각성했기 때문이지요. 새턴은 그 몸을 바쳐 파라오 90를 쓰러뜨리려 합니다. 그런데 왜 세일러문은 울고 있는 걸까요. 이제 지구는 파멸을 피했는데도, 그녀는 크라이시스 메이크 업을 외치지요. 필사적으로. 그리고 끝내 호타루마저 구해냅니다. 지구도 개인도, 아무도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어쩔 수 없다" 거나, "이걸로 됐어"라고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녀의 의지.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지만, 그렇게 혁명은 이루어지는 것이겠죠. 그냥 간단히 감독 성향의 문제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토 감독이 내었던 세일러문 최초의 엔딩은(그리고 세일러문 1기 자체도) 마법소녀물이라는 장르의 전형이었거든요. 마법소녀물에는 마미 계열 - 즉 마법을 부여받는 신데렐라 계통과 사리 계열 - 본래 그 마법을 가지고 태어난 마녀 계통이 있습니다. 후자는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버리니까 그렇다치고, 마미 계열의 경우 거의가 다 [마법 반납]의 형태로 엔딩이 마무리됩니다. 그간의 일은 그냥 추억으로 남겨두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지요. 더 끔찍한 것은, 그 모든 모험의 댓가로 얻은 것이 남자친구 하나일 경우가 잦다는 점입니다. <천사소녀 네티(괴도 세인트 테일)>가 아주 대표적인 경우지요. 옛날에 잡지 [모션]에 어느 독자분이 그 문제에 대해서 투고한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네티가 남자였다면 결혼하고 괴도를 그만두는 결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세일러문이 참 획기적인 물건이지요)주어진 마법은 하나의 기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굴려서 무엇을 이루었는지는 전적으로 주인공 본인의 문제입니다. 업적도 성과도 그녀의 것입니다. 그런데 막판에 그걸 다 거둬가면서 "그동안 꿈 같아서 즐거웠지?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 게다가 거기 남자친구도 생겼잖아. 그걸로 충분히 해피엔딩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결말들은 다 뭐란 말입니까. 돈 만원 꿔준걸로 백만원 만들어놨더니 백만원 다 가져가는 거랑 다를 게 뭐 있냐고요. 쪼잔한 비유이긴 합니다만 해피엔딩이라고 우기는 이 상황의 부조리함이 팍팍 느껴지시요들? 소년만화쪽의 엔딩과 비교해보면 더 뚜렷해집니다. 소년만화에서는 주인공이 획득한 힘도, 여자친구도, 지위도 권력도... 충분한 대가를 받습니다. 그걸 다 포기하면서 끝나는 엔딩은 드물지요. 하다못해 <전설의 용사 다간>만 해도, 다간은 잠들었지만 소년은 세기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츄츄도 마법소녀물 특유의 엔딩 패턴을 고대로 따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의 모습]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요. 단지, 아히루의 [원래의 모습] [평범한 일상]이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인지 일깨워줄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얘는 다른 애들처럼 왕자님도 없거든요. 그 점에서 츄츄는 역시 대단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3기가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우테나가 안 나온 상태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츄츄는 엄연히 [포스트 우테나]입니다. 우테나를 보았음이 틀림없는 이토씨가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뽑아놓고 그 허점을 인식하지 못했을리가 없습니다. 정이 있었고 반이 있었으니 이젠 합이 있어야 한다는 걸요. 오리는 이제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아니, 모든 것을 통합하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지구를 구했어도 소녀 한 명을 구하지 못해서 눈물을 흩뿌렸던 세일러문처럼,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이야기를 넘어섰듯이 현실 역시 넘어서야 합니다. 그녀에게는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가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겠지만, 아히루만큼 그 권한을 확실하게 증명받을 수 있는 자는 따로 없을 겁니다. .......여기서 화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을 한번 외쳐주고. 하지만 츄츄는 여기까지가 한계였나 봅니다. 세기의 괴작이자 걸작인, 세일러문을 어머니로 삼고 에반게리온을 아버지로 삼아 나름대로 당당하게 이 땅에 발을 디딜 여건이 되었던 우테나와는 달리, 그 후로 8년이 지났는데 어째 애니계는 더 퇴보한 모양입니다. 츄츄가 안 팔리는 상품이었다는 것은, 간단하게 관련상품만 짚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1기 때는 그래도 가샤퐁도 나오고 트레이딩 카드도 팔았는데, 2기 때는 전멸입니다. 덕분에 많은 화키아 팬들이 달을 보며 울어야 했지요. 내부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공식 홈페이지나 기타 인터뷰 등등을 볼 때... 이 작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이토 이쿠코씨가 아닌가 합니다. 원안, 캐릭터디자인, 작화, 시나리오 작업에까지 참여하셨다더군요. 구체적인 연출의 세련됨이나 작업은 카와모토 감독이 잘 해주었겠고, 사토 총감독님은... 그야말로 저 그림 속의 안 선생님처럼 허허 웃으며 검토해주고 스탭들을 돌봐주고 태풍을 막아주었던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씨네필님 말씀따나 이런 [시대에 역행하는 아마추어리즘 마인드의 애니메이션]이 2기까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사토 감독의 이름을 걸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면 누가 이런 거에 돈을 투자하겠습니까? 실제로 대박도 못 터뜨렸고, 이 작품 특유의 여성적 언어가 전해진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지 사토씨는 이토씨의 그 언어를 알아들었겠지요. 그리고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사토씨.....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츄츄가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적적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은, 공명수복론님 말씀따나 돈도 돈이지만 시간입니다. 돈이 없으니 시간이라도 벌어보려고 2기를 잘랐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전체 에피소드의 40%는 작화감독을 두명씩 붙여 그렸습니다. 최종화 [피날레]는 담당 작화감독이 무려 여섯명이었지요... 하지만 3기까지 받쳐주기는 역시 무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1년을 잡아먹었으니까요. 게다가 사토 감독에게 들어온 다음 작품 제의는 무려 [칼레이도 스타]. 4개국의 공동 합작이라는 엄청난 프로젝트죠. 제가 이토씨래도 미안해서 3기 얘기 못 꺼내겠습니다...... ![]() 그래서 츄츄의 결말은 불완전합니다. 우테나가 사라졌으되 안시가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했으니까요. 더 정확히 말하면, 미카게 소우지가 사라진 시점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츄츄 2기의 의의는 앞서 말했듯이 너무도 확고하고 뚜렷해서, 그것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혁명을 향한 톱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3기를 염두에 둔 진엔딩이 있었다 하더라도, 26화 내에 그걸 끌어다 붙이고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오토아도 본격적으로 네명의 사각관계에 진입해줘야 하고, 루우는 자신의 소속을 분명히 해야 하고, 뮤토는 인간이 될 건지 말 건지 의사 표명 좀 해주시고, 화키아는 초보 작가로서 스리슬짝 폭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아히루는 정과 반의 과정을 거쳐 온전한 자기 긍정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저 엎드려 웁니다. 아아아........ 안 선생님........... 안 선생니임.............. ...........3기가 보고 싶어요...................................... (어째 안 선생님은 이미 만화계에서 정신적 지주의 상징이 된 듯?;;)(히딩크인가) 마지막으로 마음 속의 절규를 한번.
명시는, (설령 첫인상이 따분한 교과서와 골치아픈 시험문제였다 해도) 오래 갑니다... p.s : 츄츄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신 미로님과 사이암님께 감사드립니다. 히죽. 결혼해주세요 럽럽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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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늘 눈팅만 했었는데 하도 ..
by stonebe at 07/08 감사합니다 ^^ 음.... 우테나.. by 청룡하안사녀 at 06/30 살아가자님 언제나 열정적인 모습.. by 청룡하안사녀 at 06/26 안녕하세요 책 잘 받았어요 저는 .. by clay at 06/26 네이버 블로그로 담아가겠습니다... by 이세린 at 06/20 살아가자님 이제 유명인 되셨군.. by 휘연 at 06/17 ...울어라 팬... ㅠㅠ!!! 2 by 아리샤인 at 06/16 ...울어라 팬... ㅠㅠ!!! by 계짱 at 06/16 학교에 11일자 한겨레 신문 들고오.. by 리안 at 06/16 다시 봐도 멋진 광고ㅇ>-< 토.. by T-Bell at 06/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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