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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아십니까?
멀리 계신 부모님을 생각해도, 좋아하는 친구들을 생각해도, 동경하는 지인 분들을 떠올려도, 맨 마지막에 따라오는 생각은 항상 ‘으아, XX님과 함께 뮤지컬 <돈키호테>를 보고 얘기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라는 망상으로 귀결됩니다. 그런 식으로 제 머리 속에서 멋대로 스쳐지나간 분들이 이미 몇십 명입니다요. 게다가 이틀 간 저를 괴롭히던, 뱃속에서 타오르는 불덩이마냥 굴러다니던 여행사진 상실의 아픔마저 치유시켜 버렸으니 정말 강력하다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어제 저녁에 본 것이 마지막 공연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로 이건 완전 염장 포스팅 되겠습니다. 실은 하늘이 도왔는지 한국 실황 공연 2CD도 발매되었습니다. 호응도 좋아서, 현재 품절상태이지만 다시 찍는다고 하길래 예약도 해두었고... (팜플렛! 팜플렛 어디서 구할 수 있을꼬) 덧붙여 말씀드리면 보고 돌아온 밤의 제 대화명은 <뮤지컬 돈키호테!!! 오늘 내로 음반 지를 테니 제발 누군가 제게 음악 파일 좀...> 이었어요. 친절한 S모님의 호의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도 들어보았지만, 누가 뭐래도 역시 실황 공연의 호소력이 위라고 느꼈습니다. 귀에 감칠맛나게 붙는, 혹은 팍팍 아프게 꽂히는 한국판 개사도 정말 대단하고. 하지만 음반만으로는 이 벅차는 감정을 공유하기에 부족할 것 같아 섣불리 주위에 권하지도 못하고 속만 터지는 중입니다. 그만큼 연출이나 연기가 정말 굉장했어요. 게다가 국내반의 실황 음악만 듣고서 상황의 흐름을 연결하는 건 힘들다고 생각되고; (액자식 구성인데다 대사가 많아놔서) 솔직히 음악만 놓고 보면 별로 제 취향도 아니거든요. 아니 제가 라틴계열 음악이나 리듬에 대해서 뭘 알겠어요. 그런 거라면 오히려 독일에서 보고 온 <루드비히 2세> 음악이 웅장하고 감미롭고 할 거예요. 하지만 그쪽은 결국 왕족 뒷담 각색이고. (우와, 폭언일세) 아니, 저 루드비히 공연 대단히 좋아하지만요(리뷰도 쓸 거예요). 제가 정신적으로 가장 약한 테마인 <꿈의 좌절>을 다룬 뮤지컬 <돈키호테>에 대자면 메시지 면에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는 거죠. 시작부터가, 스토리부터가 말입니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한국판으로 개사하신 분 진짜 대단하십니다...) 그저께, 사진이 날라가게 된 것 때문에 거의 현실도피 격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하루를 흘려보내면서... 그래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지르고 스트레스 해소를 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자꾸자꾸 치밀어 오르는 거예요. 그러다가 P모님의 블로그에서 이 공연을 두 번이나 봤다는 첫 문장만 보고, 아래 리뷰는 읽어보지도 않고 마침 사이트에 남아있던 마지막 공연 티켓을 사버렸습니다. 마지막날 공연을 본 적이 이제까지 한 번도 없기도 했고. 그런데 화풀이로 저질러버린 티켓치고 너무 굉장해서... 정말이지 제대로 딱 걸렸습니다. 볼 때도 우여곡절이 좀 많았는데 말이에요. 어찌어찌하다보니 택시를 타고서도 대박으로 지각해버려서, 2층으로 돌진했을 때는 이미 시작 종소리도 끝나고 주의사항 방송이 나오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헷갈려서 3층으로 올라갔다가 계단으로 거의 굴러 내려오고, 그 와중에 또 재빠르게 <2시간 15분, 휴식시간 없음>이라는 쪽지를 캐치해서 화장실까지 뛰어 들어갔다 나오고서야 입장했거든요. 들어가면서 도우미 언니가 그냥 아무데나 앉으라길래 2층 제일 앞줄의 정중앙에 잽싸게 들어가 앉아버렸어요. 헤헤헤. 지저스 이래 이렇게 좋은 자리 처음이다... (서곡 직전에 들어간 민폐 주제에 말이 많군) 교회에 압수딱지를 붙인 죄로 종교재판에 회부당한 세무원 세르반테스는, 재판 대기자로서 감옥 속에서 기다리는 동안 죄수들에 의해 다시 재판당하게 됩니다. 소중한 원고가 불태워질 상황에 처한 세르반테스는, 그에 변론한답시고 감옥 안에서 갑자기 연극을 펼쳐보이게 됩니다. 세르반테스의 설명에 이어 힘차게 울려 퍼지는 돈키호테의 돌격 선언 노래! 신나게 따라부르다가도 어느 순간 목이 메이는 느낌을 받는 행진곡. 돈키호테는 완전판으로 읽은 적이 없지만, 어쨌거나 제가 본 축약본에서는 마지막에 키하나 영감이 자신이 미쳤던 것을 인정하면서 산초와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어렸던 그 때도 엔딩이 쇼크였지만, 그런 결말임을 알면서 - 그가 결국 세상에서 미치광이에 지나지 않음을 알면서 그런 비분강개한 노래를 들으니 벌써부터 눈물이 막 나오더라구요. (이건 무시무시한 오버랩 설정을 들려준 모님의 영향도 큽니다 -_-) 그리고 전반부는, 정말이지 극장 안에서 옆구리가 아파서 하아하아거릴 정도로 웃어댔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명연출인 체스판 대화도 그랬지만, 제가 제일 미친 듯이 웃은 장면은 <맘브리노의 황금 투구> 라스트씬. ‘이 거 내 꺼 ’ 라는 이발사의 소리없는 제스쳐가 실로폰 소리와 어우러지는 걸 보고 데굴데굴 굴렀습니다.(이렇기 때문에 음반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라구요...) <난 그 분의 생각 뿐>이라는 넘버가 너무도 맘에 들었어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생각하는 그 점을 딱 꼬집어낸 가사가 말이지요. ‘그 분’이라는 단어를 중의적으로 써서 표현한, 어떤 일이든 자기 본위로 궁리하면서도 ‘난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태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더군다나 조카딸 안토니아의, 과격한 속마음을 폭발시킨 후에 부끄러운 듯이 “제가 만일 ♪ (빰빰빰빰) 그런 데도 ♬ (빰빰빰빰)”라고 내숭떠는 목소리의 느낌이 어찌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연기하신 분 만만세! 아니 그런 식으로 따지면 여관 주인 하신 분의 그 대충대충 상대하는 말투도 최강이지만. 이발사의 발랄한 노래라든가, 멜로디라든가. 원작에서도 금욕적이고 고지식한 가정부의 내멋대로 착각이라든가.... 아니 너무 많아! 꼽아 소개하는 게 불가능해!!!;;; 장면 하나하나가 버릴 수가 없네요. 특히나 체스판 말이 걷는 방향으로 캐릭터 성격을 드러내는 것은, <유리가면>의 연출 보면서 느꼈던 놀라움에 맞먹었어요. 뽈뽈뽈뽈 대각선으로 걸어다니는 신부님(비숍), 촐랑대며 움직이는 조카딸(퀸), 뚜벅뚜벅 직각으로 군인처럼 걷는 예비 사위(나이트). 외곽을 직선으로 이동하며 겉도는 가정부(이건 뭔 말이었지?) 크윽.....! GG 칠 수밖에 없다구요. 넘버 Impossible Dream. 절로 눈물이 핑 도는 돈키호테의 신념 고백. 악기들이 한꺼번에 치솟으면서 쾅! 소리가 커지고 꽈꽝 울려주는 타이밍에 맞춰 파바방 터지는 돈키호테 노래의 클래이맥스. 전형적이고 뻔한 수법인데도 어째서 그렇게 가슴이 뛰는 건지, 눈물이 나는 건지 모르겠어요. 무대 뒤에 보이는 밤하늘 빛나는 별이 그토록 아름다워 보일 수가. 한없이 멀어보이면서도 손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워 보이고. 끝없이 감옥-주막-여행길을 왔다갔다하는 무대변화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약간의 소품만으로도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그게 연극무대의 매력이라는 것은 알아요 안다구요. 하지만 정말이지 너무했어요. 감정을 확 끌어당겨서 무대 위에 묶어놓고 그 위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의 환상을 보여주는... 하지만 꿈 속에서 다 잘나간다 싶을 때, 현실은 이빨을 들이밀고 잡아먹을 듯이 달려듭니다. 세르반테스도 분명 잡혀가는 여자를 보면서 안도했겠지요. 그렇게 처절한 비명을 들으면서도 말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연극도 현실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합니다. 알돈자가 베풀려던 선의는 그 어떤 악몽보다도 끔찍한 방식으로 보답받습니다. 아니 정말 너무 적나라했어요. 남자들이 알돈자를 에워쌀 때의 분위기로 앞으로 펼쳐질 장면이 무엇일런지 짐작하고서, 아마 <물랑루즈>에서의 탱고 씬 정도로 표현하겠지 라고 예상하면서 각오를 했는데, 천만에 말씀, 이건 <퍼펙트 블루> 쪽이었어요.... 찬물이 끼얹어져 등줄기를 좌악 타고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입술을 꽉 깨물고, 어째서 내가 지금 이걸 보고 있는 걸까 처음으로 재고했습니다. 초반에 남자들만의 중창으로, 서정적인 느낌을 아름답게 전달하던 <새야 작은 새야>가 그토록 무섭고 끔찍하게 들리게 될 줄이야. 더 이상 그 넘버를 순수하게 즐길 수가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비겁하게 이런 뒤통수를 치다니 작곡한 사람 미워. 원작에서의 둘시네아 아씨는 촌농부의 괄괄한 딸인 걸로 알고 있는데, 해석도 비중도 대폭 바뀌어서 놀랐습니다. 물론 이쪽이 훨씬 절절하지만요. 넘버 <알돈자>는 정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들었어요. 마지막 공연이라 그런지 다들 노래를 엄청나게 잘 부르시기도 했고요.(관객석 반응도 폭발적이었고) 개사할 때 선택된 단어가 참 노골적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불안한 리듬으로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 알돈자의 처절한 절규를 듣고 있자니 숨도 쉬기 어려워지더군요. 입에다 더러운 천쪼가리를 쑤셔넣고 재갈 물려지는 느낌이었어요. 직후에 나타난 거울의 기사는 너무 두려웠고. 아까 부르던 패기어린 노래는 어쩌고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돈키호테, 그리고 그를 냉엄하게 비추는 다섯 개의 늙은이. 초반에 그렇게 웃겨놓고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할 때 그야말로 ‘애쓰는’ 산초의 노래. 어쩌면 관객의 호흡을 이렇게 쥐었다 놓았다 하는지요. 오오옹. 다른 분들도 같은 걸 느끼셨나 보던데, 저도 그렇게까지 절망한 알돈자가 다시 나타나는 건 좀 어색하다 생각했어요. 뭐 그거는 엔딩이 맘에 안 든다는 도지사의 압박에 눌린 세르반테스가 즉홍적으로 결말을 고쳐보기 위해 필사적이다보니 그리 된 거겠지만요. 저는 그 장면을 볼 때, 원작의 엔딩을 안 떠올릴 수가 없었어요. 마치 이 뮤지컬의 각본을 쓴 분이, 원작자를 향해 ‘원작의 엔딩, 그건 아니라고 봐’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알돈자가 돈키호테를 불러 일으킬 때, 아 이렇게 부활해서 다시 떠나는 걸로 세르반테스의 연극은 끝인가... 라고 순간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다시 행진곡이 울려퍼질 때, 세 사람이 힘차게 노래하는 걸 보면서 폭포처럼 눈물을 쏟으면서도 기뻐하고 있었고요. 근데 안 그러더군요. 이런 젠장. 그 뿐인가, 무한루프처럼 느껴지는 이 엔딩은 도대체 뭐랍니까. 돈키호테는 그나마 남이 함부로 웃지 못하게 칼과 창이라도 들고 있었지만, 기사의 귀환을 기다리며 얌전히 수나 놓는게 본분이라던 레이디 둘시네아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건지. 키하나 영감을 순식간에 모르는 척 하면서 돈키호테는 죽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둘시네아. 돈키호테의 이상이나 유지가 이어졌음을 암시하는데도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상황. 정말 섬뜩한 결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향해 걸어나가는 세르반테스의 뒤로 울려 퍼지는, 그의 이야기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던 두 남녀의 선창. 이어지는 모두의 노래. 그것은 돈키호테의 믿음을 담은 멜로디이지요. 이토록 잔인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고 난 후인데, 어째서 꿈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요. 그리고, 아까는 비쳐 들어오는 것 자체가 공포이던 감옥문의 빛줄기가 왜 이토록 찬란해 보이는 것인지.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눈물만 줄줄 흐르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티슈 챙겨가는 거였어... 비슷한 테마를 다루어서 저의 하트를 캣취했던 <지킬앤하이드>보다 훨씬 멋진 엔딩 처리라고 생각합니다. 가네, 저 별을 향하여 한밤중에 불 꺼놓고 한국판 음악을 들으면서, 어떻겐가 생각나는대로 갈겨 썼더니 엔딩 부분까지 오기는 왔네요. 한데 이렇게 길어져 버렸으니 몇 분이나 읽으셨을런지;;; 진심으로 앵콜 공연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앵콜이 있다면, 심정을 표현하자면 진짜 내 돈 내고서라도 다 함께 보러 가고 싶어요. 요새 뮤지컬 단관 모집은 어디나 널렸으니, 혹시 앵콜이 있을 경우에 보고 싶은 분은 제 블로그를 주시해주세요. 2~30% 싸게 표를 구하는 방법은 찾아보면 많거든요. p.s : 한국판 OST에 대사가 전부 담겨 있지 않은 것은 안타깝지만, 대신 양쪽 캐스팅의 노래를 다 들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장점입니다. 우우우우우.... p.s 2 : 하지만 마지막 공연을 끝의 끝까지 보고, 박수치고 나오니 팜플렛이고 시디고 간에 전부 매진이었습니다. 크아아아악!!!!!! p.s 3 : 돈키호테가 늘어놓는 기사도를 들으면서, 레이디+여기사 라는 조합도 정말 멋지겠다고 혼자 망상하면서 구도를 그려보다가... 잠깐... 그게 바로 오스칼 프랑소와님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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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be at 07/08 감사합니다 ^^ 음.... 우테나.. by 청룡하안사녀 at 06/30 살아가자님 언제나 열정적인 모습.. by 청룡하안사녀 at 06/26 안녕하세요 책 잘 받았어요 저는 .. by clay at 06/26 네이버 블로그로 담아가겠습니다... by 이세린 at 06/20 살아가자님 이제 유명인 되셨군.. by 휘연 at 06/17 ...울어라 팬... ㅠㅠ!!! 2 by 아리샤인 at 06/16 ...울어라 팬... ㅠㅠ!!! by 계짱 at 06/16 학교에 11일자 한겨레 신문 들고오.. by 리안 at 06/16 다시 봐도 멋진 광고ㅇ>-< 토.. by T-Bell at 06/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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