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마을 순례기 ~ 넷째날 (1)
포스팅과는 완전히 딴소리기는 하지만 충격받아서 잠깐 써두겠습니다;;;


이탈리아의 대가수 파르코 포르고레의 <치치오모게>가 한국 질러넷에 상륙했습니다. <- 아직도 약간 패닉상태
번호는 26007. 자아 우리 모두 보잉보잉! (..........................)
아니메점장 완전연소판이 들어왔을 때도 이렇게 충격받진 않았었는데.....
저걸 불러야 되는 거야? 불러야 되는 거야?????
(그러나 왠지 반드시 불러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



제 1 부 <메르헨 가도서부터 로만틱 가도까지>

넷째날 (1)


느긋하게 샤워하고 짐을 챙기고, 시간이 좀 남아서 숙소의 방문도 그려본 후에 아침 먹으러 내려갔다.

그림이란 참 신기하다. 스케치를 하고 있다 보면 남는 시간이 없다. 그냥 사진 찍으면 되지 왜 귀찮게 그리고 있나 하는 사람은 그려본 일이 없으니까 모르는 것이다. 물론 나도, 같은 사물이나 대상이라도 누가 그리느냐에 따라 전혀 느낌이 달라지고 그 차이 또한 매우 재미있으며 아름답고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그림도 그럴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려본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연필 스케치의 느낌이란 정말 멋진 것이었다. 별 것 아닌 방을 그려도, 집 하나를 따라 그려도 뭔가 새롭고 낯설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방인이라서 그런 걸까?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걸 분명히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의 특징이라는 거겠지. 혹시 나도 우리 동네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익숙해져 있는 것일까? 여행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모든 것이, 자고 먹고 걷는 것 같은 맨날 하는 일마저 비일상적인 환상으로 탈바꿈하니까.

펜션에서 제공해준 아침식사는 환상적이었다! 기껏해야 샌드위치와 우유 정도 생각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처음에는 이게 아침식사 맞는지 헷갈려서 감히 손을 못 대고 있게 할 정도였다. 치즈와 빵은 일곱 종류 정도? 우유, 주스, 차, 오이, 방울토마토, 요플레, 푸딩, 여러 잼, 달걀 등등... 이런 것들이 뷔페로 나와 있었다. 멋져! 샌드위치를 쌀 기회도 있었지만 너무 잘 먹어서(=배가 불러서) 그랬는지 그냥 관두었다.

역까지 걸어서 20분밖에 안 걸리는 것을 지나치게 빨리 나와버렸다. 아홉시에 도착하니 20분 발 기차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노버에서

하노버에 내려서, 맨 먼저 간 곳은 인포메이션 센터였다. 거기서 구레상에게 쓸 그림엽서를 고른 다음, 바로 옆에 붙어있는 중앙우체국에 가서 부쳤다. 내일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같은 독일 내이긴 하지만, 여행 중의 엽서 보내는 건 꼭 해보고 싶었어.

원래 하노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목적지인 카셀로 가려면 여기에 들러야 했고, 한시까지 기다려야 차가 있었기 때문에 세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그래서 그 동안 헤렌하우젠 왕궁 정원에 가보려고 생각했다. 또 가방을 끌고 다닐 생각을 하니 끔찍해서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시간도 없고. 표는 어렵잖게 끊었지만, 바보같이 반대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는 사실을 10분 지나서야 눈치챘다... 한가하게 지하철 내부나 그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잖---아!!
그나마 엉뚱한 노선 안 탄게 다행인가? 여튼 그래서 다시 되돌아왔다. 정원이 중앙역서부터 멀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 5 정류장 떨어져 있는데, 이쪽도 가는데 10분 걸리는 듯했다.

정원은, 도착해보니 상상보다 더 굉장했다. 무-진장 넓은데 너무도 아름다웠다!!! 꽃이 심어진 순서까지도 일정하게 정해놓은 세심함에 소름이 다 끼칠 지경이었다. 곳곳에 세워진 하얀 조각들, 중심에서 물보라를 뿌리는 분수들 사이로 은은한 꽃내음이 짙게 풍겨왔다. 거대하면서도 동시에 아기자기했다. 풀숲으로 나눠놓은 구획 사이로 예쁜 정자와 연못들이 보였다. 디자인하고 가꾸느라 정말 공을 많이 들였을 거 같다.

공원 내의 Rosen Garten을 보는 순간, 삼각대를 안 꺼내들 수가 없었다. 뇌르틀링겐을 위해서 준비해온 것이지만, 그 정자에서 꼭 한 장 남기고 싶었다. 장미는 피어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푸른색의 정자가 너무도 아담했다. (뭐 그렇게 찍은 사진 다 날렸지만서두...)

사진을 찍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냥 맞아줄 수 없을 정도로 꽤 많이 뿌렸기에 우산을 꺼내쓰고 나무숲 아래까지 종종걸음을 쳤다. 공원 중심 저편의 나무들이 어찌나 울창한지 그 아래로는 빗줄기가 전혀 새지 않았고, 엄청 높게높게 치솟는 일자형 분수대를 스케치할 수도 있었다. 흩날리는 분수의 물방울에 따라 흔들리는 나무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는데, 대강은 따라 그려도 물의 느낌을 연필로 표현하는 것은 내게 무리였다. 어찌 저걸 그릴 수 있겠어. 스케치를 대강 끝내자 어느새 비가 멎어 있었다.

다 좋은데, 이번만은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올 걸 그랬다고 후회막심이었다. 길이 온통 거친 모래로 뒤덮혀 있어서 끌기 어렵기도 했지만 가방의 바퀴가 고장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진 괜찮다. 휴...

나오는 길에 또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너무도 향기가 짙고 좋아서(습기가 차서 더 그렇겠지만)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려보면서, 색만이 아니라 잎모양이나 꽃모양 등이 전혀 다른 데에 놀라버렸다. 스케치를 하면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느는 듯했다. 그래서 미술이 필수과목이었나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정원에서 나왔다. 이번에는 지하철을 거꾸로 타지 않도록 주의하며 하노버 역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지하철에서 문 열림 버튼 누르는 걸 또 까먹었다).

지하도에서, 구레상이 추천해주었던 케밥을 점심용으로 샀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크지?;;; 한 입으로 베어물 수 없는 것은 둘째치고 그걸 손에 들은 채로는 짐을 옮길 수가 없었다. 걸으면서 케밥의 빈틈을 노려 쥐처럼 갉아먹다가, 결국 역전 계단 아래에 서서 케밥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였다. 그래도 다 먹기엔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반 남은 것은 빵 봉지에 넣고 역 계단을 올라섰다.

다음 행선지는 그림형제가 나고 자랐다는 도시, 카셀이다. 하지만 점찍어두었던 카셀행 ICE에 남는 자리가 전혀 없어서 결국 복도에 주저앉아 가게 되었다. 두 시간만 가면 되니까 괜찮지만. 그런데 열차에 왠 사람이 이리도 많지? 입석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나 말고도 꽤 된다.

집념인지, 아니면 여기 와서 체질이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이 일종의 이상상태에 있는 것 같다. 끼니도 걸으면서 대충 먹고 심지어 건너뛰기도 하는데 오히려 한국에서 문집 작업 중에 얻은 구내염이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원래 역방향으로 앉아가면 멀미하는데 그런걸 신경쓰기는커녕 역방향으로 앉아서 글까지 쓰고 있다. 이건 역시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이 마구마구 분비되는 중이라서 그런 걸까? 신기하네.

...낯설었던 것이 익숙해지면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비하던 충격에 무디어져 가는 것은 조금쯤 슬픈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차를 갈아타는 게 수월해지면서, 첫날 공항에서 내가 (안 그런 척했어도) 얼마나 정신적 감정적으로 패닉 상태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버스를 못 찾은 것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어날 게 뻔한 사고였는지도 모른다.
온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고 익숙해졌다. 아직 멀었지만. 둘째날 구레상이 사는 음료수와 과자마저 카메라에 담았던 것을 보면, 내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얼마나 흥분해 있었는지 알 만하다.
미국에서 썼던 일기장이 떠오른다. 그대로 계속 있었으면 지금의 난 어떻게 되었을까. 이미 미국에서의 [일상]이, 내가 아닌 듯 아득한 꿈만 같다.

흔들리는 중에 샤프를 꽉 누르고 썼더니 엄지 손가락에 물집 생길 지경이다. 그래도 글씨가 날리는 건 막을 수가 없네.
by 살아가자 | 2005/09/04 20:31 | 금관마을 여행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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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검은고양이 at 2005/09/04 21:52
...대학생 가면 꼭 독일 가고야 말겁니다!! [퍽퍽!!]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09/05 10:16
후후후 가세요 가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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