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 중간 정리? 옆의 지도.... 사이즈 줄이기가 귀찮아서 그냥 올립니다 ^^; 이것이 독일 북부지역을 잇는 소위 [메르헨 가도]입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 배경이 된 마을이나 그림 형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시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관광상품이지요. 저는 브레멘 - 하멜른 - 카셀 - 알스펠트 순으로 이틀 동안 후다닥 훑어보았습니다. 여행 출발 전에 임의로 찍은 도시들이예요. 브레멘 - [브레멘의 음악대]로 유명한 도시. 정작 걔네들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는데....; 하멜른 - 피리부는 사나이라구요. 피리부는 사나이... 바이올린 주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카셀 - 그림형제의 흔적이 남은 마을이지요. 저야 별로 본 것도 없습니다만(사연은 아래에) 알스펠트 - 누구야 이게 빨간모자의 배경이 된 마을이라고 한게!; 하지만 저는 강추입니다. 진짜 동화 속 마을 같아요. 이 아래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를 기점으로, 아우구스부르그서부터 쳐주는 로만틱 가도가 시작됩니다. 로만틱 가도는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들을 관통하는 길이지요. 가장 유명한 마을이, 이 가도의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로텐부르크입니다. 저는 파산의 성전이라고도 부릅니다만. 정말 환상적인 마을이더군요. 여행자의 주머니를 박박 긁어낼.... 우리의 금관마을인 뇌르틀링겐이 바로 이 로만틱 가도의 중심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로만틱 가도의 끝에는 퓌센이 있으며 퓌센에는 그 유명한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이 자리하고 있지요. 꼭 뮤토와 루우가 살았을 것 같은 동화 속의 성이더군요. 뾰족뾰족한 것이.... 사진 제공은 불가능하니 각자 찾아보셈 ㅠ_ㅠ 제 1 부 <메르헨 가도서부터 로만틱 가도까지> 카셀에서 카셀에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그만이었다. 가이드북에 쓰여 있는 대로 전차를 타려 했지만, 표를 사려니 동전이 없었다. 인포 센터에 가서 바꿔달라고 해도 오늘은 안된다나...? 게다가 급한 김에 그만 화장실까지 유료로 사용하고 나니 이것저것 귀찮아져서, 그냥 시가지까지 걸어가볼까 하고 길을 나섰다. 그러나 걷기 시작하고 15분 후, 하멜른이나 브레멘에선 걷는 걸 권하던 가이드북이 왜 카셀에선 전차를 타라고 지시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날씨도 화창한데 이미 캐리어백을 번갈아 쥐는 양 손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은데... 결국 포기하고 길옆의 전차 정거장으로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차표 판매기 자체가 보이질 않았다. 두리번거리다가 주위에 있던 어느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나. 다가가서 어디서 티켓을 살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영어가 통하질 않았다. 그러면서 다 괜찮댄다. 표가 없다는데 뭐가 잇츠 올라잇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전차가 도착했을 때, 그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뒤쪽에 무임승차를 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멀끔해 보였는데 실은 노숙자였나? 아니면 독일에도 경로우대권이 있다든가...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그 할아버지가 옆자리에 앉은 채 내 허벅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내가 긴장했다고 생각하고 안심시켜 주려는 의도인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는 내 손을 붙잡고 만지작만지작 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손등에 입술박치기까지... 아니 내가 지금 독일이 아니라 이태리에 와 있나? 소름이 좍 끼쳐서 가이드북을 보는 척하면서 손을 뺐다. 마침 전차가 구시청사 앞에 서길래, 예정보다 한 정거장 이르긴 했지만 내렸다. 그 할아버지도 날 따라서 내렸지만, 나는 그저 “Danke"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그쪽은 뭔가 당황하는 듯했지만 모른 척하면서 구시청사 건물을 디카로 찍었다. 그런데, 가방을 끌고 시가지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그 할아버지가 계속 날 따라오는 것이었다(이 때부터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원래도 걸음 빠른 걸로 자타공인이지만 평소보다 더 서두르는 걸음걸이로, 주위 건물을 통과해서 따돌려보려 했지만 캐리어백이 무거운 데다가 드르륵 아스팔트를 긁는 바퀴소리가 워낙 커서 무리였다. 덕분에 가보려던 명소들은 못 돌아보고 왠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 나왔다. 진짜로 손이 아파왔다. 그제서야 이 여행 나서고 처음으로, ‘여자 혼자’ 여행한다는 것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치한을 만나거나 누가 덮쳐오면 전혀 대책이 없는 것 아닌가. 쫓기고 있다는 압박감. 아무 짓도 안하고 그냥 따라오는 것뿐인데도 정말 미칠 듯이 신경에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뒤를 밟힌다는 사실이 신경쓰였다. 설령 상대가 좋은 의도로, 호의로 그랬다 하더라도, 걱정해줘서 그러는 거라고 하더라도 당하는 본인 입장에서는 그런 거 하나도 필요 없다. 상대가 산타클로스라고 해도 사양이다. 여튼 제대로 길을 못 찾는 통에 구경도 못하고 적당히 가방 끌고 돌아다니다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자 짜증이 있는대로 났다. 벽지 박물관도 보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게 됐고. 횡단 보도를 건넜을 때, 지하도를 통해 내쪽으로 나오던 그 할아버지와 딱 마주쳤다. 뒤를 밟힌 걸 모른 척하고 태연하게 “Hi"라고 하자 또 뭔가 당황하는 듯했다. 모르는 척하고 그냥 걸어나갔고, 그 뒤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도 누군가가 옆을 지나갈 때마다 흠칫흠칫 놀라게 되었다. 이미 기분도 다 잡쳤고 기차 시간도 꽤 가까워졌으니 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전차 정거장에 가서 개를 데리고 있는 할머니 한 분에게(독일인들은 정말 개 많이 데리고 다니더라) 영어로 표 사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영어를 전혀 못하셨기에 서로 버벅대다가, 옆의 다른 두 할머니 중 한 분이 영어를 할 줄 아셔서 나를 도와주셨다. 전차 표는 운전수에게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엉뚱한 사건 탓에 카셀에서 제대로 놀지 못한 것은 열받는 노릇이었지만, 그 대신이었는지 카셀은 내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역으로 가는 전차 밖으로, 웬 퍼레이드가 길을 점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축제인가 했지만, 곧 선거일임에 따라 독일 정당 SPD의 가두행진(아마도 홍보를 위한?)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고 차도 열 대 넘게 행진하고 있었으며 뭔가 알록달록한 것을 뿌려대고 있었다. 이건 나름대로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무사히 역에 도착해 할머니들과 작별하고, 기차를 타고서 경유지인 풀다로 향했다. 풀다에서 풀다에서의 여유시간은 30분밖에 없었다. 스케치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기다리는 지루함 없이 자투리 시간을 남김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갈수록 바쁠 때 시간을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지만. 풀다 역이 예상 외로 예쁘길래 그려볼까 했지만, 곧게 뻗은 역 앞 내리막길에 홀려서 시가지로 향했다. 이 곳 집들도 예쁜 디자인이 꽤나 많았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시 궁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주교구 교회 앞까지는 가보았다. 마침 교회에서 결혼식이 끝난 직후인 듯, 신랑 신부와 친구들이 교회 앞에 나와 있었다. 멋진 광경이었지만, 울리는 종소리를 뒤로 하고 서둘러 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 가방이 슬슬 반항을 시작한 것 같다. 제 아무리 새 거라도 사물함을 안 쓰고 하루에 몇 시간씩 끌고 다녔으니 그럴 법도 하겠지. 바퀴 고장 안 나게 앞으로는 놓고 다니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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