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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부 <금관마을 뇌르틀링겐> 이번엔 자명종을 다섯시로 맞춰놓았다. 하지만 막상 5시에 벨이 울리니 너무 일어나기가 싫었다... 누운 채로 일어날까 말까 3분 정도 고민하다가, '이 마을에서의 새벽은 이제 내 인생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일어났다. 오늘로 뇌르틀링겐과도 작별이니까. 해뜨기 전의 시가지는 어둡고 고요했다. 너무 어두워서 뭐가 제대로 찍히지도 않았지만, 어둠이 드리워진 마을을 타박타박 샌들 신고 걸어가는 것도 기분이 나름 좋았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고, 빵을 실어나르는 트럭이 빵가게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숙소로 돌아왔을 땐 7시였는데, 좀 자고 다시 일어나려고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손발이 하도 차가워져 있어서 잠을 이루는데 고생했지만 막상 잠드니까 한시간 만에 다시 일어나는데 애먹었다. 아침식사는 괜찮았다. 30유로에 이 정도 식사 포함이면 괜찮다고 본다. 물론 밤에는 마룻바닥이 삐걱대는 소리마저 전부 들려오지만. 하멜른의 펜션만큼 좋은 건 아니지만, 음료수 가짓수가 좀 더 많았다. 보통은 우유와 오렌지쥬스를 주는데 애플주스에 물도 있었다. 탄산수라 실망했지만. 아니 이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탄산수를 마시고 살지? 인터넷을 해보려고 안내 팜플릿에 나와있는 인터넷 카페로 가보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또 한 군데인 도서관은 휴가 기간이었다. 오늘은 이 마을 장날인 건지, 꽃이나 야채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이어 자리를 펴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 마을은 그 흔한 맥도날드조차 없다는 점이 너무 맘에 든다. 그렇게 돌다보니 어느새 기차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위험하다 싶어서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백을 끌고 죽어라 뛰었더니 딱 출발시각 정시에 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후였다. 늦을 때는 잘만 늦더니 이럴 때만 시간 맞추냐...? 별 수 없이, 그 역에서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한 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다시 자세히 보니 플랫폼도 4번밖에 사용하지 않고, 기차도 도나우뷔르츠와 알렌(? 잘 기억이...)인가 하는 역으로밖에 가지 않는 시골역이었다. 구레상에게 전화를 하고 가이드북 좀 읽었더니 한 시간은 금방이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어쨌거나 원래 계획대로 뉘른베르크와 하이델베르크를 둘 다 돌아보는 건 시간상 무리일 듯 했기에(그렇잖아도 오늘 일정이 제일 빡빡한데), 소시지가 명물이라는 뉘른베르크는 포기하고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만 가기로 했다. 크윽! 뉘른베르크 소시지로 점심을 하려면 나의 야망이이이이.... 그래서 가이드북을 참고해서 도나우뵈르츠 - 아우구스부르크 - 하이델베르크로 경로를 수정했다. 아우구스부르크에 가기는 했지만, 경유역인지라 30분밖에 시간이 없어서 슐링거 궁전은커녕 퀴니어 광장까지 가지도 못했다. 대신 중간의 1유로 샵에 혼을 팔아버렸다 -_-;; 이곳 역에서 점심으로 불고기 샌드위치를 사 먹었는데, 이게 굉장히 맛있었다! 으아 또 먹고 싶어... 1시에 만하임행 열차(ICE)를 탔다. 이 열차는 울름과 슈르트가르트를 거쳐서 목적지에 도달했고 거기서 S-bahn으로 15분 걸려서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탁 트인 강물 너머로 자리잡은 산과 아름다운 집들이 보였다. 그 위를 버스로밖에 돌아볼 수 없는 것이 정말 유감이었다. 조금만 시간이 넉넉했어도 아이스크림이라도 빨면서 강변을 걸어볼 텐데... 아니 그보다 자전거!!!! 내게 자전거를 줘어어억!!!! ..정말 자전거로 유럽 일주 해보고 싶어진다. 오늘은 내내 날씨가 화창했던 덕에 하이델베르크도 좀 더웠다. 현실적으로 주어진 여유시간이 한시간도 안될 판이었기에 먼저 학생감옥을 찾아갔다. 직원은 나를 쓱 보더니 학생증 달란 말도 않고 "학생은 2유로"라고 했다. 학생은 학생 티가 나는 걸까나;;; 학생감옥은, 대학이 치외법권지역이던 시절에 학생들 자치적으로 말썽꾼들을 감금하기 위해 개설한 장소이다. 대학이 치외법권이던 시절이 있었다니(것도 이백년이나) 정말 놀랍고, 그만큼 인정해주고 존중받았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어쩐지 재기발랄할 듯한, 학생감옥 내의 낙서들을 읽을 수 없다는 건 유감이었지만 그 사이로 가끔 낯익은 글자들이 보여서 대신 민망함을 느꼈다. 200년 전 선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 대학 학생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 외에 인상적인 거라고 한다면... 학생감옥 거리 입구에 [황태자]라는 한국 식당이 있었다는 거일까? 이번 여행에서 한국 레스토랑을 발견한 건 처음이다. 원래는 케이블카를 타고 성에도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깨끗함이 매력이었던 교회 Jesuiten Kirche에 들러보고 기사의 집 외관만 보고 Karl-Theodor 다리를 멀리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크윽... 설마 오늘 관광은 이걸로 다야? 그런거야?(충격) 정말이지 아침에 빨리빨리 움직여야겠다.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뭔가 탁 트인 도시 속에 깃든 젊음의 싱싱함이 느껴지는 발랄한 도시였다. ...하지만 또 가방을 끌고 돌길 위를 다녔더니 손바닥의 굳은 살들이 땡기네... 중앙역행 버스가 하도 안 와서 기차를 놓칠 뻔했다. 역 앞에 오니 5분 전이라서 저녁으로 먹을 빵과 생수를 샀는데, 플랫폼에 올라가니 딱 열차시간이었다. 오늘 아침의 악몽이 떠올라서 덜컹했는데 5분 연착되었다. 휴우.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본 중앙역에 기차가 도착했을 때, 갑자기 엄청나게 시끄러운 웅성거림이 들렸다. 그러고선 엄청난 무리의 사람들이 거의 기차를 습격하는 느낌으로 몰려들어오는 것이었다. 뜬금없이 누가 "Go, go, go,go~!!! Move on!!!"하고 외치며 복도를 달렸다. 아니 갑자기 왠 영어? 그 뒤에 들려오는 건 무려 일본어여서 나를 더욱 헷갈리게 했다. 가만 보니 그들은 모두 World Youth Day의 앰블럼이 새겨진 소지품을 갖고 있었다. 며칠 전 쾰른에 갔을 때 유진이가 말해준 [세계 청년의 날] 주간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그렇다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라니!!! 복도가 온통 서 있는 사람들로 꽉꽉 들이찬 채, 기차가 무겁게 바퀴를 움직였다. 이십 몇 분 거리의 쾰른 역에 도착했을 때 어느 정도 물갈이가 되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쾰른 역의 모습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플랫폼마다 기차마다 온통 젊은이들로 넘쳤고(꼭 무슨 인디언들이 수송마차 습격하는 느낌으로 몰려들었다) 그 사이사이로 가지가지 국기가 다 보였다. 심지어 태극기마저 있었다! 이쯤 되자 도저히 안 물어볼 수가 없어서, 내 앞에 마주 앉은 아가씨에게 영어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내일 쾰른에 교황이 오신다고 설명해주었다. 아아... 그래서 이 난리법석이었군. 그녀 말로는 이걸 위해 8백만이 모였다니 그럴만도 하다. 딴소리지만 왜 [친구]가 교황구출 자작극을 기획했는지 알 것 같더라;;; 이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단 한 사람을 보기 위해 모일 만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저렇게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일 수 있다니 대단하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 이름은 Alma와 Bertha였다. 멕시코에서 왔단다. 혼자서 여행 중이라고 했더니 무섭지 않냐는 질문을 또 받았다. 음... 여자 혼자 여행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전 세계 공통인 건가 혹시?;;; Alma는 나보고 고향음식이 그립지 않냐고 물어왔다. 자기네는 이제 독일에 들어온지 9일째인데 칠리를 잔뜩 뿌린 타코가 먹고 싶어서 죽겠단다. 이제 일주일 되는 나는 아직 한식이 그립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안 그렇다고 대답해주려 했는... 데.....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김치의 톡 쏘는 맛이 혀끝에 떠올라버렸다!!!!!!!! 아악!!!!!!!!! 먹고 싶잖아!!!!!!!!!!! 왜 멀쩡한 나까지 끌어들여서 생각나게 하냐고 Alma를 원망하니까, 딴청을 피우면서 창밖의 저 아름다운 달을 보랜다. 그 말을 듣고 무심코 돌아본 차창 밖의 달은 정말로 컸다.(헉 딴청에 넘어갔나 싶었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우리는 서로 시차나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자나 했는데 신자들 집에 민박을 주선받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렇겠지? 정말 발랄하고 재미있는 애들이었다. Alma는 20세, Bertha는 23세였는데 Alma도 Bertha 나이를 그제야 알았다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래는 게 재미있었다. 그녀들은, 내가 가는 보훔역 직전의 뒤셀도르프역에서 내렸다. 내리기 전에, Alma가 선물이라며 멕시코산 술 [데킬라]가 든 작은 병을 주었다. 뭔가 나도 답례를 하고 싶어서 가방을 쳐다보았지만 한국 것이 없어놔서... 할 수 없이 100원 짜리 동전을 선물했다. 100냥 데킬라다, 흑흑. 인파에 깔려죽을 각오는 되어 있으니까 나도 내일 쾰른에 가보고 싶지만, 이미 구레상과 함께 뮌헨에 가기로 되어있다.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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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글루스에서도 광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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