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마을 순례기 ~ 열한번째 날

제 3 부 <뮌헨과 베를린, 그리고 백조의 성>

열한번째 날


5시에 TV가 켜지는 것을 신호로 일어나서, 재빨리 씻고 옷을 챙겨입었다. 그동안 너무 걸어다녔기 때문인지, 챙겨간 양말 네 켤레 중에 두 켤레가 발꿈치 부위 파손(...)이 심해서 신기 곤란한 상태에 처해 있었다(게다가 독일서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신고 갔던 운동화 뒤축이 다 뜯어져나갔다...). 그래도 몸은 멀쩡하게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드디어 그간 내내 기대해왔던!!! 노이슈반슈타인, 일명 백조의 성으로 가는 날이다. 그래서 비가 추적추적 오는 걸 무릅쓰고 언젠가의 치마로 갈아입었다. 구레상이 괜찮겠냐는 눈으로 바라보긴 했지만... 쓸데없는 허영심이라고 해도 좋아!!! 여길 언제 또 올 수 있겠어!!! <-라고 외쳤지만 허영심의 대가는 처절했음을 모두 알고 계시죠?




백조의 성에서

5:51분 기차로 보쉬에에 도착한 후, 갈아타고 퓌센으로 향했다. 어찌나 잠이 쏟아지는지 정말...
어제는 내내 기다리는 일의 연속이었는데, 그게 액땜이었는지 오늘은 일사천리로 일이 풀렸다.
계획한 시간대로 매표소로 올라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산 중턱에 도착한 다음, 표를 끊으니 입장 시간이 9시 반!!! 9시에 개장이니 시간은 엄청 좋은 거다. 평일에도 들어가려면 3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데.

8시에 올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배가 고파서 - 그 맛있는 아침부페를 내팽개치고 왔어!! - 슈퍼에 진열된 머핀을 하나 사 먹었는데, 이게 입에서 살살 녹는게 아주 맛있었다. 아침으론 턱없이 부족했지만.
버스는 우리를 마리엔 다리 앞까지 태워다 주었고, 다리 위에서 잘 빠진 성의 옆라인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그저 그랬건만 보면 볼수록 맘에 쏘옥 드는 성이다. 깎아세운 듯한 절벽과 산맥들,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뾰족하고 매끄러운 탑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뮤토랑 루우가 살고 있는 성이 저런 곳일까... 뇌르틀링겐만 찍고 봉인했던 캠코더를 꺼내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성 안에는 아름다운 백조 문양들과 바그너의 오페라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 중에서 로엔그린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뱉었다.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유감이었지만. 정말 이런 백조 오타쿠 같으니라고... 한국에서 예매해둔, 루드비히 2세의 뮤지컬이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그 왕이 미쳤는지 돌았는지는 몰라도 이 성만은 정말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BGM으로 [백조의 호수~정경]을 틀어놓고 싶었다... 이름값 하나는 확실했으니까. 수려한 자연배경 또한 너무나 아름다웠다. 뮤토... 루우... 너희들 정말...!!!;;;
결국 기념품 가게에서 부들부들 떨다가, 노이슈반슈타인의 그림 하나와 엽서 한 장을 사고 말았다. 브로마이드가 무척 갖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역 앞에서 생선을 주로 사용하는 버거집을 발견해 점심을 때우러 들어갔다. 연어 샐러드를 시켰는데 아주 맛있었다. 좀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이걸로 점심은 끝. 백조의 성에 간다는 것에 들떠서 멋부리고 나왔더니 다시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꽤나 써늘했다. 대신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성 주변에는 물안개마저 피어올라 몇배로 환상적이었지만.


뮌헨을 누벼라

3시에 뮌헨으로 돌아와서, 호텔에서 잠깐 몸가짐을 정돈하고 근처 슈퍼마켓을 둘러본 후에 독일 박물관을 보러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5시에 닫는 줄 모르고 여유부리고 있다가, 뒤늦게 가이드북을 확인하고 죽자사자 달렸으나(진짜로 열심히 뛰었다. 당신의 스피드가 존경스러워 구레상...) 1분 차이로 매표소가 닫혔다.
대신 6시까지 여는 뮌헨 박물관으로 가보았지만, 거기도 폐장을 15분 남겨둔 상태라 입장할 수 없었다. 그제서야 [6시까지]라는 표기가 매표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 전체를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운 빠져서 비를 그대로 맞으며 돌아오는 길에, Vinzenmurr에서 흰 소세지나 먹으려다 그마저도 늦어서 다 팔렸다고 퇴짜맞았다. 오전에 지나치게 잘 풀린다 했더니 오후는 완전히 말렸구나. 뭐 백조의 성은 잘 감상했지만 말이다.

구레상은 뮌헨에 내려와있는 자신의 교수님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나가고, 나는 돌아오는 길에 과일을 좀 사왔다. 뛰어다니면서 빵으로 대충 배를 채웠더니 속이 안 좋아서. 오늘 백조의 성이다 뭐다 돈을 많이 쓰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구... 비타민 보충 비타민 보충.

슈퍼마켓에 TV 가이드식 애니메이션 잡지가 있는 걸 보고 살까말까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패스했다. 읽지도 못할 텐데 뭐.


by 살아가자 | 2005/10/12 16:17 | 금관마을 여행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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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썩은산삼즙 at 2005/10/12 22:55
으아아아아아아악!!ㅁㅇ러ㅣㅏㅅ뷰ㅗㄱ십.ㄷㅍ .......죄송합니다. 초면인데... 츄츄쪽은 블로그찾느라 바보짓을....링크했습니다.[꾸벅]<뒤늦은 링크인사]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0/13 15:38
반갑습니다 ^^ 츄츄 좋아하시는 거군요!!!!! ;ㅁ; 링크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아사히 at 2005/10/13 19:08
...... 그날 죽도록 Deutsches Museum까지 뛰고도 1분 늦었던거 생각하면 정말 허무해애.... 우리, 왜 그렇게 뛰었어야 했을까나..(으흐흑) 그날 정말 오후시간에 안풀리는 일진들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지루하게 안기다리고 일찍 성을 보고온 것만은 잘했는거 같애. 사람도 안많았고. +_+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0/14 21:07
1분 늦었달까... 1분 일찍 도착했어도 어차피 입장은 불가능했잖아 ^^; 정말 열심히 달렸지.
하지만 백조의 성은 잘 봤으니깐 뭐.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0/14 21:14
근데 갈수록 기록이 짧아지고 있다;;;; 역시 대도시쪽은 같이 여행다니니까 수다가 늘어서 그런가봐 ^^ 혼자 여행다닐 때야 시간 많이 남으니 음침하게 구석에서 끄적거리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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