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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풀문을 찾아서>를 처음 본 것은, 재작년 바로 이 즈음.
슬슬 공기가 싸늘해져서 겨울의 존재를 떠올리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돌아버릴 듯이 안달하는 두뇌를 달래며 겨우 찾아낸 마지막회를 새벽 세시에야 간신히 보고서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빨갛게 부은 눈 위로 내리비추던 창문의 아침햇살이 참 찬란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언제나 떠들고 다녔기에 이미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저의 애니메이션 베스트 3는 <소녀혁명 우테나>, <프린세스 츄츄>, 그리고 <풀문을 찾아서>입니다. (그리고 셋 다 코믹스 거부파입니다. 애니메이션밖에 안 좋아합니다.) 이 세 작품에 대해서는 좋아한다거나 버닝한다거나 그런 차원을 훌쩍 뛰어넘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내부에서, 완전히, 인정해 버렸거든요. 마음 속의 초특급 스폐샬 명예의 전당에 걸려있다고 해야 하나.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보았던 - 이라고 해도 벌써 만 2년이지만 - <풀문을 찾아서>는 제가 스스로 무릎꿇고 3대 전당에 입성시킬 때까지 상당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먼저 반했던 우테나나 츄츄와는 다르지요. 누구든 우테나와 츄츄를 보고서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 보고 나서도, 특히나 애니팬인데도 이 작품들이 왜 대단한지 모르겠다면 동정심마저 듭니다. 이거 되게 건방진 소리인 줄은 압니다만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저 두 작품이 어떤 절대적인 영역을 점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둘과 똑같은 크기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아끼는 <풀문을 찾아서>에 대해서는 그런 평가를 내리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만큼 대단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건 누가 봐도 그럴걸요. 그랬기 때문에 2년 전 처음 이 애니를 보았을 때에도, 뇌 속을 싸그리 태워먹을 것처럼 가슴이 활활 타오르는 주제에 내가 왜 이러는지 스스로 납득을 못하고 쩔쩔맸었습니다. '나 자신을 통째로 들어다 바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확신이 서야' 뒤 안 돌아보고, 후회할 걱정 없이, 확실하게 버닝해줄 수 있는 골치아픈 성격이라서; 풀문은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괜찮은 작품으로 안 보였거든요. (그런 주제에 이 놈이 7년 동안 소중히 담아왔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베스트 3에서 내쳐버릴 줄은...!) 결국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 작품에 반했음을 인정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라고 항복하기까지 2개월이나 걸렸어요. 첫눈이 내리는 정경에 폭주했던 것인지 뭔지, 가치판단이나 평가랑 상관없이 항복선언을 해버린 작품은 이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제 주변 사람들은 2개월 만에 또다시, 온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식의 뜬금없는 러브러브 문자폭격에 시달려야 했지요. (파하하하) 마지막회를 본 다음날에 한강변으로 뛰어나가서 "메로코 아리가또---!"라고 악을 바락바락 써대기까지 했던 주제에, 그냥 곱게 백기를 들 것이지 뭘 그렇게 고집을 피웠나 몰라. (말씀드리지만, 저도 항상 저렇게 쪽팔리는 짓을 하는 건 아닙니다;;; 아주 가아끔 감동 MAX 상태가 되면 잠시 홱까닥하는 것뿐이예요) 그 때는 제가 정신적으로 버거운 시기였었고, 그래서 이런 짝사랑 타령에 삘이 꽂혔나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버닝심도 식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그러긴커녕, 제 후유증이 치유되는 거랑 상관없이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더라고요. 결국, 무엇 때문인지 알아내기로 작정하고 제대로 한판 붙었습니다. 전 52화를 2004년 동안 일주일에 한편씩 다시 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하나하나 감상문을 썼어요. 풀문 팬홈피를 닫아도 그것만은 계속했지요. 누가 보건 말건 혼자서 글쓰는 거야 익숙하지만, 몰아서 한꺼번에 보면 봤지 방영날짜 맞춰서 일 년 간 본다는게 생각보다 되게 힘든 작업이더군요;;; 풀문이 방영을 시작했던 4월 6일에 시작해서, 작중의 미츠키네와 함께 여름을 즐기고,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고, 그리고 다시 봄으로 돌아왔습니다. 좀 애먹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이런 나홀로 삽질을 관철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지요. 마지막회 감상문을 완성한 후에, 1년 전 썼던 첫화 감상문을 다시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겨우 일년이었는데, 그동안 제가 정신적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뚜렷히 보였거든요. 한번 쓰면 다시 읽지를 않았었기에 그런 얘기를 스스로 했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요. 그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동안 어느새 나도 변해있었다는 것, 그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고무적인 일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한번 돌려보고서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제가 23년 동안 무의식적으로 갈구해왔던 '어떤 것'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요. 저의 친우 S양이 언젠가 제게 '아마도 그 속성을 잃으면, 넌 네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라고 했었던 저의 어떤 고유한 속성. 하지만 그것이 일본 애니에서 긍정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정말로 놀랐고 감동했습니다. 더불어 조금은 분하기도 했어요. 내가 꿈꿔왔던 이야기, 한때는 내가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야기, 설마 이런 것까지,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이런 것까지 만들어낼 줄이야.그야말로 '오빠,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모드. 한 작품 보면서 그렇게 많이 울어본 것도 처음이었어요.(풀문 이후로 철가면 파던 제가 울보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젠 꽤나 헤픕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 그런 특별한 의의를 갖습니다. 이런 벅찬 감정은 우테나와 츄츄도 제게 줄 수 없어요. 그들은 세상을 살아가던 제게 벼락처럼 떨어져내린 선구자들이지만, 풀문은 제가 줄곧 기다려왔던 이야기이니까요. 표현하자면 이런 거예요. 태어나기 전부터 너무나도 사랑했던 누군가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도, 어떤 성품인지도, 심지어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조차... 내가 그를 잊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서 살아오다가, 어느날 기적처럼 그와 만나게 된 거예요. 첫눈에 반해서 빨려들어갔지만, 내가 왜 이런 평범한 녀석에게 끌리는지도 모르고서 고민하다가 어느 날 겨우 깨달은 거죠. 스스로 상실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면서도 계속 그리워해 왔던 누군가, 그게 바로 너였다고. 미츠키, 타쿠토, 메로코, 그건 바로 너희들이었어.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너무도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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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글루스에서도 광고가!
by 김개구리 at 08/28 살아가자님 안녕하세요? 츄츄를 .. by 까망오리 at 08/10 저... 늘 눈팅만 했었는데 하도 .. by stonebe at 07/08 감사합니다 ^^ 음.... 우테나.. by 청룡하안사녀 at 06/30 살아가자님 언제나 열정적인 모습.. by 청룡하안사녀 at 06/26 안녕하세요 책 잘 받았어요 저는 .. by clay at 06/26 네이버 블로그로 담아가겠습니다... by 이세린 at 06/20 살아가자님 이제 유명인 되셨군.. by 휘연 at 06/17 ...울어라 팬... ㅠㅠ!!! 2 by 아리샤인 at 06/16 ...울어라 팬... ㅠㅠ!!! by 계짱 at 06/1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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