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 us

극장판 애니 도입부에서 절대적으로 압도당한 순간이 두 번 있는데
하나는 <라이온 킹>이었고 또 하나는 <이집트 왕자>였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제가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단 둘 뿐인 애니였다는 거구요.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살았기 때문에, 고딩 되기 전에 극장에서 본 영화가 이것들 포함해서 달랑 여섯 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야, 그냥 어린애가 화면 크기에 압도당한 것뿐이냐?" 라고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지금 봐도 저 두 작품의 도입부에서는 피를 부글부글 끓게 하고 뼈가 달각달각 요동치게 만드는 파워가 흘러나오거든요.

 



특히나 지금은 간만에 이집트 왕자의 도입부 - Deliver Us에 불타고 있습니다.
한이 맺히고 애가 끓는 여자 보컬의 인도는 장중한 남자들의 코러스를 압도하면서 노래를 이끌고 나갑니다. 거기에 맞춰 화면에 흘러나오던 힘겹고 무거운 노예생활과 잔잔한 강물, 그리고 구원. 진짜 카리스마가 엄청나요;;;;

도입부 외에 이거 보면서 가장 좋아했던 장면이라면 역시 물이 피로 변하는 연출(이건 정말 최강이라고 생각), 열가지 재앙 사이로 흐르던 형제의 애증, 클래이맥스인 바다 가르는 씬이네요. 모세의 꿈(아이들이 죽어가는) 연출도, 무서워했지만 그만큼 인상이 깊었고... 호쾌하던 람세스와 모세의 경거망동도 좋아했어요. 노래들은 두말하면 잔소리로 멋졌구요. 한동안 OST를 끌어안고 씹어먹다시피 하면서 살았지요.

게다가 몇년전에 복습하면서 느낀 거지만.... 대하 서사시가 다 그렇듯이 이놈들도 죄다 ㅎㅁ입니다(.....). 것도 정신적 근친.
아니 <데빌맨>도 처음 봤을 때는 세기말 호러물이었는데 5년 후에 다시 봤더니 야오이물이어서 상처입었었거든요? 제가 썩은게 아니예요. 썩어있던 세상에 발맞춰 가려니 물드는 것뿐이라구요.

후반부의 비극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랬다는 건 알겠지만, 람세스가 막 모세에 죽고 못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말이죠. 유능하고 비위 잘 맞추는 동생 때문에 아버지에게 비교당하고 막 쪼여도 그저 지 동생 좋다고 어화둥둥 하는 거 보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요. 자기 동생 이뻐서 정신 못 차리는 팔불출 같으니. 심지어 재앙으로 이집트가 초토화된 후에도 모세가 옛날 얘기 꺼내니까 갑자기 강아지눈 모드가 되질 않나. (순간 예나 지금이나 이집트ㅎㅁ가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 것은 비밀. 애니에 찌들은 여자의 편견입니다, 이집트분들 죄송합니다;)

좀 딴소리로 흐르긴 했지만 요점은 이 애니 잘 만들었다는 겁니다. 스토리야 고전 중의 고전이라지만 화면 연출이나 볼거리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드림웍스가 작정하고 만든 야심작이었던 만큼 그 값을 합니다. 모처럼 생각난 김에 DVD로 다시 봐야겠어요.
(이놈의 노트북 감상 신세 언제 면하누.....)
 
by 살아가자 | 2005/11/11 21:29 | 애니메이션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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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당근 at 2005/11/11 23:17
아, 저 이거 개봉했을 때 극장 가서 봤다가 오프닝에 완전히 OTL해 버렸었지요. 진짜 멋지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 이집트에 재앙이 내릴 때의 노래도 엄청 좋아합니다. 모세 이야기는 구약 성서 이야기들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 입니다만 이 애니메이션의 음악 만큼은 너무 좋아요>.<
Commented by 月洋 MoonC at 2005/11/12 00:06
이 애니메이션에는 정말로 압도당했었지요. 이 음악도 정말 마성의 카리스마입니다.;ㅂ;
바다가 갈라지는 그 장엄했던 음악과 장면은 몇년이 지나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클라이맥스란 이런 것이다!'라고 부르짖는 듯 했달까요.
...예나 지금이나 이집트ㅎㅁ가 문제였...(데굴) 그러고보면 신화 서적에서 세트가 호루스와 동침(이랄까 ㄱㄱ)했다는 전설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히껍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파라오는 호루스의 화신이었다죠.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1/12 00:09
당근님 / 예!!!!! 예!!!!!!!! 극장에서 보셨군요!!!!!!!! 정말 그 오프닝의 강렬함은 잊을 수가 없다니까요. 재앙이 내릴 때 서서히 고조되어 가던 그 노래도 너무 좋구요 >_<

月洋 MoonC님 / 마성의 카리스마구말구요(웃음).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 태양을 닮아 좀 열정적이다보니 세계적으로 치정극을 벌이고 다니는 모양입니다(.....편견이다)
Commented by 올베 at 2005/11/12 01:08
저도 좋아합니다! 이집트 왕자 OST 전체를 좋아하지요! >_<
Commented by 아사히 at 2005/11/12 01:08
옛날의 그 디즈니 애니들이 그립다...... 그러고보니 그 시절에는 정말, 매년 디즈니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느냐가 관심이었는데. 포카혼타스 이후로 약간 맥이 빠져버렸음... 헤라클레스까지는 그래도 극장가서 꼭 봐줬는데, 그 이후는 정말로 김빠졌어. 이집트 왕자에서 제일 소름돋게 좋아했던 음악은 역시 주제곡... 위트니 휴스턴이랑 머라이어 캐리의 듀엣이 참으로 환상적!
Commented by wizdom07 at 2005/11/12 05:07
저 Deliver Us 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봤을 때가 중학교 1학년인가 했을 겁니다. 그 때 완전히 압도당해서 비디오대여점 아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불법 복사를 떠서(...) 소장한다거나 하는 일들을 저질렀던 기억이 나네요. OST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전체에 공력이 철철흘러넘치지 않습니까 OTL 전 사실 람세스도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극 후반에 가면 상황이 다소 달라지지만, 초반에는 필살의 아우 팔불출적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며 착한 아이 티는 있는 대로 다 냈었죠(...)

* 하지만 같은 시리즈인 Joseph's dream 은 별로더군요. 요셉 이야기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십대에 질러버린 것보다 더 뛰어난 게 별로 없나 봐요. (편견)
Commented by kainal at 2005/11/13 01:20
저도 이집트 왕자 극장에서 보고 완전 홀라당 빠져버려서 더빙판 자막판을 가리지 않고 다섯번인가 재탕했지요..;;OST테잎이 늘어날때까지 듣질 않나...(심지어 가사도 외웠;;;)
그나저나 역시 이집트ㅎㅁ가 문제인 거십니다...으흐흐흐[...]질투에 불타오른 이집트ㅎㅁ왕님덕분에 전국적인 인명피해및 기타등등, 기타등등[...] 파도가 처얼썩~ 하고 치는 바위 위에서 '모세~!!!' 하고 부르짖던 람세스의 모습에서 진정한 애증을 느꼈습니다(...)ㅎㅁ만세랄까[...] 여튼 드림웍스에 제대로 낚였던 애니였습니다; 처음 본게 언젠데 지금도 OST만 나오면 헤롱헤롱입니다;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1/13 10:34
올베님 / 저도 그렇답니다!!!! 정말 OST 전체가 다 명곡이예요.

아사히 / 어 정말 매년. 인어공주에도 넋이 나갔었지만 라이온킹까지가 최고였지 음음. 헤라클레스까지 버텼었구나;;; 그 두 사람의 듀엣이라니 기획자도 멋진 사람이야 ㅠㅠ

wizdom07님 / 돔님도 이걸 좋아하셨군요! 전 이제 외롭지 않아요 ;ㅁ; 공력과 기합덩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애니는. 저도 람세스 좋아했어요. 싫어할 수가 없었는걸요, 그 마음 모르는 것도 아니고.
뭐, 미국 극장 애니의 속편은 대체로 다 재미없더라고요. 돌아온 자파는 그래도 재밌게 봤는데.

kainal님 / 테입이 늘어날 때까지.....; 우오오. 전 그때 가사 번역한답시고 CD 자켓 들고 설쳤었답니다 후후.
.....예 이집트 ㅎㅁ가 문제인 거지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지요?(...) 정말 제대로 낚였었지요 흑흑. OST도 너무 좋지만 화면과 어우러지면 정말 환상입니다.
Commented by stynea at 2005/11/23 19:41
<이집트 왕자> 도입곡 제목이 Deliver Us 였군요. 그 곡이 한 끓는 카리스마를 자랑한다면 열 번째 재앙 후 유대인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집트를 나가는 장면의 곡은 그야말로 기쁨의 노래.. 그 외에도 모세를 버릴 때 어머니가 부르는 자장가도 참 끓죠. 그런데 혹시 그 자장가도 Deliver Us의 부분인지요?;
어찌 됐든, <이집트 왕자>는 곡 하나는 정말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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