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발표수업을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어젯밤은 ppt 붙들고 철야했습니다....

제목대로 대학에선 반드시 몇번씩 하게 되는 팀별 주제발표를 오늘 하나 치렀습니다.
수업은 [영상문화의 이해], 주제가 무려 [매드무비]였는데요.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하자고 해서 결정된 겁니다.
무작위로 팀이 된 다섯 명 중에 매드무비라는 걸 들어본 사람은 절 빼면 딱 한 분이셨어요....
팀원들에 대한 배려가 눈꼽만큼도 안 보이는 이런 마이너한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이 갓슈 뮤비를 대형화면에서 틀고 싶어서


제 행동패턴이라는게 보통 저래요. 동기는 진짜 단순한데 그걸 성립시키기 위해서 하는 노력들이 주로 노가다와 삽질이거든요. 그러니까 겉치장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하지만 저 뮤비는 진짜 멋지단 말입니다 ;ㅁ; 홍보를 목적으로 편집되는 모든 매드무비들의 모범이랄까.
실은 저 뮤비 상영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주제를 몇 개나 머리 속에서 뽑아놓고서 조 미팅에 참가, 첫번째로 [일본 소년만화의 영상화 패턴]을 주제로 내놓았다가 너무 매니악하다고 퇴짜맞고 두번째로 내놓은 [매드무비 문화 소개]가 낙점된 겁니다.
문외한인 사람들이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거부감 느낄만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이 발표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 이것저것 생각해놓았던 저를 당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어 이제 와서 먼산 좀 바라봅니다.

좀 더 조원들을 챙기지 못한 거나, 더 협조해서 다같이 준비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 참고로 말하면 제가 조장 아니거든요?; -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은 다 했으니 학점이건 뭐건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 모드입니다. (착한 학생은 절대 따라해선 안됩니다) 근데 솔직히 다들 진짜 나몰라 모드였으니 죄책감이 매우 하강...
게다가 호응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일반인 상대로 쌩판 처음 접하는 매니악한 문화를 소개할 때 어떤 방식을 취해야 효과적인가는 평소에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발표 시뮬에 이런저런 신경을 썼습니다만, 막판에 ppt를 너무 급조했기 때문에 좀 걱정했는데 잘 된 것 같아요. 원고 한번 정리해보지 않았는데도 워낙 많이 생각해본 거라 즉석에서 말이 막 나오고...; 폭소도 터져나오고 저희 조가 끝마쳤을 때의 박수소리가 제일 컸으니까 ^^; 교수님도 내내 실소하셨고. (변명모드)

매드무비의 의의로, 다른 조들이 소개한 영상문화와 달리 위 -> 아래로 제공되는 문화가 아니라 아래 -> 위로 치고 올라가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가능해진 영상문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제작의도를 기준으로 종류를 8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사실 무진장 대충 분류했어요... 어차피 보여주고 싶은 뮤비만 보여주면 끝이었던 무책임한 발표자이니.

제일 반응이 좋았던 것은 역시 [과고의 연금술사]. 이거 말고 이미 전설이 된 일본의 [C3B]를 틀을까 3초 고민했으나 전 매드무비의 밝은 면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에 패스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호조였던 것이 오프닝으로 틀었던 갓슈 뮤비에 맞춰서 집어넣은 엔딩작 [It's Raining Men]이었습니다. 저희 조에서 만들어본 매드무비라고 소개하고 상영했어요(이번을 위해서 만든 건 아니지만 일단 제작자가 저 맞으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마지막 궐기 멘트는 자른 버젼으로요;

뭐랄까 레이닝맨이 일반인에게도 먹히는 걸 확인하고 기뻤습니다. 중간에 쓸데없이 쿠라마 유혈씬이 길다든가 환상게임 남남 키스씬이 들어간다든가 하는 부분은 민망이 하늘을 찔렀습니다만, 편집할 당시 막판에 너무 지친 나머지 추억의 애니로 도피성 폭주를 했던 것이 오히려 잘된 것 같아요. 80년대 초반 태생인 학생들은 다들 아 하고 알아볼 만한 것들이 종종 보였으니까 ^^; 여자분들은 그렇다치고 남자분들도 웃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포스팅까지 쓰진 않는데, 다 끝나고 교실을 나서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느 분이 부르시더라고요. 같은 수업을 듣는 듯한 (육칠십명 수업임) 여학생이 상기된 얼굴로 눈을 빛내시면서 "발표 정말 멋졌어요!!!!!!!!"라고 말씀하시길래 진짜 당황했습니다. 무심결에 아 예 감사합니다 하고선 헤어지긴 했지만 뭔가 무서운 오오라였어요. 제 친구가 저를 보더니 "전 교실에 대고 커밍아웃한 기분이 어때?"라고 코멘트를 날렸구요.....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중요한 건 애초의 목적들을 완벽하게 달성했다는 거니까.

어흑 거대화면에서 보는 매드무비들은 너무 멋졌어요...... orz
 
 
 
예, 알고 있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
학교 발표수업은 개인 상영회가 아니다!!
 
...그래도 독일 고전주의 발표에 에그몬트 츄츄뮤비를 만들어갔던 거에 비하면 성숙한 건데...
by 살아가자 | 2005/12/02 01:13 |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트랙백 | 핑백(1)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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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나와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 at 2007/08/12 20:02

... 니, 매드무비 역시 편집에 따른 재생산의 영역을 뛰어넘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2005년 하반기에 학교 수업 과제로 제출했던 [매드무비란 무엇인가] 발표 자료를 재정리해 봅니다. 그냥 파워포인트용 요점 정리를 올리는 것뿐이지만요. 글 좀 적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요... orz 매드무비(일본) 혹은 AMV( ... more

Commented by 검은고양이 at 2005/12/02 01:37
.... 존경스럽습니다!!!!!!.... 나도 해보고 싶..[퍽퍽!!;]
Commented by 묘희猫姬 at 2005/12/02 01:46
....다들 그런겁니다. 학교 수업과 과제를 어떻게해서든 버닝거리와 연결지으려는 이 주체할 수 없는 파슨심 OTL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5/12/02 03:03
……(……)…….
대단하십니다. 허허허. 그저 엄지손가락만 날립니다.
Commented by 미로 at 2005/12/02 03:36
존경스럽습니다 ㅠ ㅠ
Commented by 아사히 at 2005/12/02 05:01
응. 반성좀 해라. 학교 발표수업은 학점이 걸린 엄연한 수업의 일부분이자, 개인상영회는 더더욱 될수 없다고. 더더군다나 개인발표도 아니고 모둠발표를....;;; (쿨럭) 음음, 여기까지는 농담반 진담반(웃음) 이고, 용감한 시도를 했구나. 어쨌든 반응이 좋았으니 좋은거 아니겠어~ 과고의 연금술사라니. 흐흐흐~ (하가렌 오프닝이랑 같이 돌렸니? 패러디 매드무비는 원래 장면 모르면 잘 못웃을텐데) 수고했어. 그러고보니 한국은 지금 기말고사 기간이구나..(버엉)
Commented by 시이 at 2005/12/02 08:50
살아가자님의 추진력에는, 언제나 감탄합니다...TvT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2/02 10:23
검은고양이님 / 발표야 대학에선 지겹도록 하지요(웃음)

묘희님 / 그 편이 확실히 효율은 올라가지요. 그리고 깊이도 생기고.

서찬휘님 / ......이, 이런 일로 서찬휘님의 엄지도장을 받아도!!! ;ㅁ;

미로님 / 미로님도 ㅠㅠ

아사히 / 넵. 반성 중이예요 흑흑.
사실 난 시험이나 레포트보다는 발표에 훨씬 강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발표해서 나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만(웃음). 게다가 관심있는 주제면 자신의 자존심을 걸고 준비하니까 반드시 일정 이상의 퀄리티가 나오고 그래서 학점 걱정은 안해. 다들 나 빼곤 학점만 좋다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모양이니 그걸 변명거리로(....알아. 이거 변명 안되지? 반성;)
응. 과고의 연금술사랑 리라이트를 같이 틀었더니 전원 쓰러지더라. 귀엽잖아!

시이님 / 그러니까 이런데서 폭주하면 안되는 건데요....... orz
Commented by twenty at 2005/12/02 10:51
강하십니다! 저는 대부분 학교 문집에 조그맣게 리나를 그려넣는다던가 하는 소극적 방법으로 버닝을 연결시켰었던 기억이 나요;
Commented by Hylls at 2005/12/02 12:44
변명 됩니다. 조별 발표는 언제나 그게 문제고, 그래서 거기에 분노하는 대신 학점을 위해 소소한 자기위안 버닝을 시도했던 동지로서 브이. (면죄부가 되지 않...)
Commented by 좋은인연 at 2005/12/02 12:55
에? 이거 다 그렇게 하는거 아니었나요? @_@
지독히도 안도와주는 멤버들 보고 있으면 당연히 하고 싶은걸 해야지 그 속이라도 풀지요. 껄껄껄
Commented by 기령 at 2005/12/02 14:20
대단하십니다, 멋지세요 'ㅁ'b
그런 수업이라면 도강을 해서라도(!) 들어보고 싶었을꺼 같아요.
마지막에 등장한 상기된 여학생과 같은 행동을 저도 해버렸을지도 몰라요.
(아마 마음속으로만 ^^;)
Commented by 眞伶 at 2005/12/02 18:36
저도 학교 발표때(무려 개인발표) 슬레슬레슬레슬레로 발표한적 있는걸요..[..]
원래 과제란게 즐겁자고 하는것...(...)
Commented by ranigud at 2005/12/02 21:05
으흐흐흐흐.... 저는 [인간과 세계]라는 정말 이상한 교양철학 강의 기말고사에 슬레얘기를 써버렸지요... [나는 이것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아아!!]고.(<-10만%과장된 표현이고. 어쨌든 슬레에 대한 생각을 주절주절 썼는데 A를 주시더군요;;)
Commented by 깃쇼 at 2005/12/02 22:49
괜찮습니다, 저는 인문대 오리엔테이션용 자보에 팜 시리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를 그렸습니다(......).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2/03 01:20
아니 이 분들이 전부 다 도대체(.........) 수업에 어떻게든 버닝줄기를 끌어들이시는데 이골이 나셨군요?;

twenty님 / 그 학교 문집이 보고 싶습니다!!!!! ;ㅁ;

Hylls님 / 휠스님은 어떤 자기위안 버닝을 하셨는데요? *_* (반짝반짝)

좋은인연님 /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흑흑.

기령님 / 도, 도강인가요 ^^; 그렇게까지 가치있는 수업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그 여학생과는 앞으로도 두번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할텐데....

眞伶님 / 졸업논문으로 그런걸 쓰면 역시 쿠사리 먹을까요(....)

ranigud님 / A!!!! 빛나는 A!!!!; 생각해보니 저도 전에 마법소녀물 역사를 개인발표하고선 A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리고 위에 적은 독일 고전주의 발표도요.....;

깃쇼님 / .............인문대 오리엔테이션 자보에 말씀이군요.... 강하십니다.
근데 너무 마이너해서 아무도 못 알아채는 슬픔이라던가 그런건 없으셨나요(...).
Commented by 패스 at 2005/12/03 03:31
이런 무한파워로 살아가자의 소유자 같으니라구(...) 존경스럽습니다. 정말이지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태운다는 게 어떤건지 뼈저리게 알려주시는.....! 나도 그 학교로 갈래!!!!!!!!!(야)
Commented by Jerry at 2005/12/03 10:12
앞으로는 버닝계의 전도사, 폭주하자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기립박수)
Commented by 개털 at 2005/12/03 19:35
대단하십니다. 오로지 갓슈무비를 틀려는 것만으로 프로젝트 진행을....(폭소) 게다가 커밍아웃이었군요! 친구분 멋지세요ㅡㅜ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2/03 20:57
패스님 / 좋아한다는 것에 열정을 태운다고 하면 패스님이죠!!! 그 슬레 카피북 전기에 적으신 '돈없는 동인생활이란 배고픈 복서와도 같아서 끊임없이 열정만 불싸지른다'라고 쓰신 말이 얼마나 감동이었는데요!!! ;ㅁ;

Jerry님 / .......별칭은 이제 충분하지 않나요. 어디까지 증식하려는지.....;

개털님 / 제 친구가 좀 멋지긴 하지만요오오오... orz 흑흑.
Commented by stynea at 2005/12/04 17:00
흠; 저도 슬레로(정확히는 give a reason으로) 리포트를 쓴 기억이 새록새록.. 하지만 갓슈를 트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5/12/04 17:35
..................슬레 주제곡으로 리포트를 쓰시다니 그쪽이 몇배는 더 무섭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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