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이네요.
2003년 2월 5일, 츄츄홀릭하고 나서 4개월이 되어갈 무렵입니다. 18화의 화키아 독무씬을 보고 나서 제작사정이 너무 걱정된 나머지 오랜 스토킹 모드를 깨고 신X로 애니X아에 츄츄 홍보글(?)을 올렸었죠. 대놓고 쓰진 않았지만 글쓴이의 요점을 잡아보면 제발 이 애니 좀 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먼산). 그때까지만 해도 원체 혼자 버닝에 익숙한 유령체질이라 낚시글을 쓸 필요를 느낀 일이 없었는데, 그 당시엔 나름대로 대놓고 매달려야 할 정도로 절박했어요.
이 작품이 인기없다고 도중에 짤릴까봐 어찌나 걱정을 했던지, 돈이 없다고 미루기만 하고 산 역사가 없었던 일본애니 TV판 DVD부터 작품설정집, 도대체 살 이유가 없는 오프닝 싱글까지(OST에 다 있는데 뭐하러;) 해외주문 가능한 건 다 샀습니다(미국인 룸메이트의 신용카드로 긁었....). 그래봤자 애초에 얼마 되지도 않지만 orz 물 건너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게 그 정도밖에 없었으니까. 그 땐 츄츄 감상문도 거의 안 보이고 동맹도 없었고 개인 팬홈피조차 없어서 정말 세상에 나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 덕분에 Eugene_Ch님과 연이 닿았고, 동맹에도 발붙이고, 여럿이서 불타는 즐거움이라든가 단체가 되면 유리한 점(...온리전...) 등을 배우게 되었지요.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츄츄와 나 시리즈 쓰다가 말았잖아...;)


2003년 2월 5일 작성 [프린세스 츄츄를 살리고 싶다]

프린세스 츄츄 ~아기오리의 장~ 4화(18화)를 보았습니다. 아아아아 화키아 러브폭발입니다. 사실 그 녀석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한두개가 아닙니다만 요점은 그게 아니니 넘기겠습니다.

프린세스 츄츄는 (제가 알기로는) 유래가 없는 발레애니입니다. 만화천국 일본, 손 안대본 소재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화로 등장했고, 발레만화(Swan 등)도 물론 있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애니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발레애니도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의 몸동작으로 아름다움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발레입니다.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보는 것만으로 캐릭터의 마음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움직임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제작여건상 정말 힘듭니다. 풀 애니메이션(1초에 24장)까지는 못 간다 하더라도 그걸 그려낸다는 것은 사서 생고생입니다. 게다가 발레처럼 생소한 장르를, 일반 애니보다 힘들게 만들어낼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저만 해도 프린세스 츄츄를 접한 11월 19일 이전까지는 발레는 백조의 호수 정도밖에 몰랐고, 클래식 음악은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호두까기 인형'이 뭐가 다른지 구분이 안 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클래식 음반의 나락에 빠져서 버둥대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모르던 세계에까지 끌어들이는 애니가 제일 악질이얏!(에바 때문에 분자물리학을 공부했다는 사람은 좀 오버였지만;;;) 역사도 길은 데다가 음반도 비싸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T-T

얘기가 좀 빗나갔습니다만 하여튼 프린세스 츄츄는 알의 장 13화를 끝내고 현재 아기오리의 장 4화까지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정말 발레를 건드렸다는 데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만 작화의 망가짐이나 퀄리티의 하락 없이 깨끗하게 진행되는 데에는 찬탄이 터져나오더군요. 본래 세일러문의 작화감독으로 날렸던(세일러문 S LD 일러스트들이 이 분 그림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최고!입니다) 이토 이쿠코씨가 낸 원안이라서 그런지 아주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13화에서는 이런 것이 발레다라고 외치는 듯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어(츄츄의 외톨이 빠드되, 보신 분은 잊지 못하실 거라 확신합니다) 최종회의 여운을 강하게 남기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2부서부터는 희한하게도 10분씩 끊어서 13화 분량을 26화로 방영하고 있더군요. 일본의 모 아동 쇼프로그램에 끼어있는 형태로 방영되기 때문에 시간이 그렇게 짧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모여라 꿈동산'에 끼어서 방영했던 '꼬마마녀 노노' 같은 걸까요?

그 소릴 듣는 순간 팬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더군요. 내부사정은 잘 모릅니다만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츄츄는 마이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단 마법소녀물이라는 장르에서 점수를 깎이고, 발레라는 소재에서 깎이고, 유치해보이는(부인할 수 없다) 제목에서 결정타를 먹어 그다지 사람들의 손이 가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송 시간대 자리도 유지하지 못해서 타 프로그램에 껴들어가야 하는 신세인 줄은 몰랐습니다. 이러다가 빅오처럼 아기오리의 장에서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저는 '백조의 장' 기획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부에서 끝날 정도로 간단하게 얽힌 스토리가 아닙니다! 이토씨가 10년을 구상한 작품인데...)정말로 심각하게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매화 보여지는 높은 퀄리티에 안심하면서도 줄타기를 하는 광대를 보는 것마냥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18화, 화키아의 발레씬을 보면서 저엉말로 불안해졌습니다. 이러다가 퀄리티 하락은 둘째치고 조기종영되는 것은 아닌지 싶어서... 그래서 18화 마지막에 나온 화키아의 대사, "내 검은 이 녀석을 지킬 수조차 없는 것인가..."가 남 얘기로 들리질 않더군요. 팬인데도, 엄청나게 모에 중인 작품인데도 츄츄를 위해 응원엽서 하나 써보낼 수 없는 무력한 자신이 한심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동영상만 보지 말고 DVD를 사는 것 정도일까요. 이미 아는 친구들에게는 한번씩 다 소개했으니(;;;). 브로마이드는 인터넷에서 팔지 않는 듯하니, 화보집이건 러프집이건 뭐든지 나와만 주라! 이 한 몸 바쳐 충성할 테니 T-T



P.S : 프린세스 츄츄가 뜨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많은 분들이 <타이틀이 유치해보여서>를 들고 있는 실정입니다만... 애니피아의 츄츄팬 여러분은 어떤 제목이 츄츄의 내용에 어울리면서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떠오르는 제목이 있으시다면 리플로 달아주세요.

P.S 2: 백조의 장이 있다면 어떤 내용일까요? 2기 마지막은 까마귀 퇴치로 끝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3기는 사각관계의 결말을 짓는 걸까요(설마 아서왕 전설?! 그럼 또 화키아만 불쌍해지는 거잖아;;;).

P.S 3: 학교 안에 온갖 동물들이 설치고 돌아다니는 것은 아히루의 본모습이 오리인 것에 대한 복선이 아닐까 싶습니다(그러니까 동물도 입학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변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그리고 왕자님이 모든 마음을 되찾고 이야기 속으로 돌아간다면, 금관마을도 본래대로 평범한 모습이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아히루는 연못의 오리로 돌아가야 할테고 왕자는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고 루우는 이야기 속의 악역으로 돌아가든지 지금의 환생으로 남든지 할거고 화키아는... ...뭡니까 이거!!!;;; 다 뿔뿔이 흩어지잖아요(커플은?;;)! 설마 정말로 이런 잔혹동화풍의 엔딩이 나지는 않겠지요... ...믿고 싶습니다만 클래이맥스 부분에 한번쯤 제기되지 않을까 싶은 문제입니다.
by 살아가자 | 2006/02/05 12:40 | 루우의 사랑고백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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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프린세스 츄츄 ~그랑 .. at 2006/02/05 12:48

제목 : 츄츄와 나 ②
츄츄동맹과 함께 한 2월 사실 마이너니 메이저니 하는 개념은 그때까지도 제게 생소했고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요새야 선택권이 많으니까 그렇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반게리온 슬레이어즈 세일러문 정도면 끝이던 시절이 있었고, 그 틈바구니에서 피그마리오 같은 건 아예 뇌 내의 카테고리가 달랐거든요. 원래 혼자 좋아하고 혼자 버닝하고 혼자 글쓰면 되는 타입이었고(글이 좀 길어지면 나우 앙끄동 감상란에 올리곤 했지만). 그......more

Commented by 아레아 at 2006/02/06 10:21
마지막 ps가 사람을 죽였습니다-_- 정말, 츄츄는 한 번쯤은 다 생각해봤지만 결코 원하지 않은 엔딩을 내버렸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6/02/07 22:45
예!!!! 그러게 말입니다 ;ㅍ;
정말이지 저렇게 끝을 낼 거라고는 전혀 믿고 있지 않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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