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한번 감동에 떨게 만들어준다면.
봤습니다.
봐버렸습니다.

[G전장 헤븐즈도어] 3권


헤니히님이 보여주신 1.2권을 보고 비명을 지른 후, 한국판 찾다찾다 못해서 결국 예스24에 원판 주문 넣었건만
어제 헤니히님의 눈물나는 희생으로 인해 결국 라이센스로 먼저 읽게 되었어요. 그래도 사람 망친 책임은 끝까지 지는구나
3권 보면서, 어제는 헤니히님 앞에서 울고 오늘은 리안님과 같이 울고, 아주 미치고 팔짝 뛰겠습니다.
'못으로 그어댄 동판에 부식액을 뿌리면 평평한 면은 그대로인데 스크래치만 지지직 타들어가는 것처럼'이라는 헤니히님의 표현이 아주 딱인 작품이었어요. 내면에 난 스크래치 사이사이로 염산이 타들어오는 듯한 느낌. 마음에 그어진 한줄기 선이 없다면 괴작이려니 하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보여주는 것은... 뭐랄까 혈관에 독을 부어넣는 것같은 느낌;;; 이건 취향을 탄다 어쩐다의 문제가 아니라, 읽는 사람이 이와 같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꽂힌 캐릭터는 마치조가 아니라 오히려 이노구마 어시였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을 지켜주고 싶다고, 자신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던. 이 작품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긍지를 가지고 있고,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들 전부에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제가 추구하는 방식도 분명히 살아 있어요.

"나를 감동에 떨게 만들어준다면, 적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지 않을까?"

저는 제가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들의 이야기와 그 세계를 지켜주고 싶은 팬으로서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나중에 보면 또 다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감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자존심을 다 부정한 후, 쓰러져 좌절한 자에게 손을 내미는 이 작품을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요.
마지막에 내밀어지는 '그 손'에서, 저도 마치조가 보았던 헤븐즈도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울어버릴 것 같아요.


"미래가 있는 녀석따윈 필요없다. 이 길 외에 살아갈 수 없다면 자넨 최고의 인재야."


한 인간에게 그런 터무니없는 삶의 방식을 강요하면서.
저렇게 잔혹한 말을 내뱉으면서
그래도 이 세계로 오겠냐고 물으면서 헤븐즈도어 너머에서 손짓하는 누군가를 향해 달려가
있는 힘껏 한대 갈기고선
안겨서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예요.

지금도 제대로 된 감상을 쓸 순 없지만(영원히 불가능할지도) 이건 분명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겁니다.
by 살아가자 | 2006/04/11 15:28 | 만화 | 트랙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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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헤니히의 Lux Aet.. at 2006/04/12 14:48

제목 : G전장 헤븐즈 도어 3권 드디어 겟
무슨 작품을 이렇게 고생 고생해 가며 찾아다닌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일단 달거북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3권은 아직도 멍 해서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하지만 1,2권만큼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3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걸 치유하고도 남을 에너지가 생겼는걸요. 전에 말씀드린대로 3권이 제 방황의 끝일지 시작일지 결정지을 열쇠가 맞긴 맞았나 봅니다. 막 바로 읽고나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만 지금......more

Tracked from 나와 당신이 사랑하는 .. at 2008/01/15 14:25

제목 : 누군가를 지킨다는 각오의 무게.
얼마전에 페루루님께 자극받아서 니혼바시 요코의 [G전장 헤븐즈도어]를 다시 읽었습니다. 이거 빨리 한국판을 구해야 하는데... 그래야 주변에 퍼뜨리건만. orz 너무 레어아이템이예요 이 작품 ;ㅁ; 처음 [G전장]을 읽었던 2년 전에는, 주인공들보다 오히려 오카마 같은 말투를 쓰던 어시 선배님이 더 눈에 띄었어요. "…이노구마씨는 굉장히 잘 그리시면서 왜 프로 어시를 하시는 거예요?" "좋아하니까." "왜 바......more

Commented at 2006/04/11 15: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6/04/11 15:55
보셨군요. 저는 만화가 지망생 후배에게 이 작품을 안겨줬습니다. 읽고 죽어 오너라(…)의 심정으로 말이죠. 제 경우도 그 프로 어시 아저씨를 보며 꽤 가슴이 젖었는데, 저 또한 '독수리 오형제'가 아닌 '남 박사'의 위치를 지향하는 입장인지라 그만 완전히 싱크로하고 말았던 거죠. 이렇게 끝날 때까지 사람 잡는 만화도 정말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잊지 않겠다. (……)
Commented by 사이암 at 2006/04/11 16:21
훗훗훗... (낚시질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중) 거봐요, 보면 죽는다고 했잖습니까.
Commented by shade at 2006/04/11 16:26
...이 길 외에 살아갈 수 없다면.. orz
Commented by Starless at 2006/04/11 16:43
극동학원천국도 강추
Commented by twenty at 2006/04/11 17:26
이거 진짜 마이너해서 보신분들 없을줄알았는데 역시 괴작을 알아보시는군요. 상당히 강렬한 만화였어요.
Commented by 타파리 at 2006/04/12 14:07
저도 대단히 좋아하는...이라기보다 존경하는, 지쳤을 때 펼치는 만화입니다. 그리고 살아가자님의 감상에 다시 감동하고 맙니다.>_<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6/04/13 21:49
비공개님 / 감싸합니다!!!!!!!!!!!!!!!!! ;ㅁ; 그런데 어디서 뵌대요.. 훌쩍.

서찬휘님 / 그거 너무 잔인하신 거 아닙니까?;;; 바로 주위에 퍼뜨린 제가 할 말은 아닐지 몰라도. 정말 너무 강했어요. 이런 직구를 받아보기도 처음인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요.

사이암님 / 너무해요 ㅠ_ㅠ

shade님 / 심장에 직격하는 말이죠?

starless님 / 그건 또 어디서 구한답니까!!!!!!!

twenty님 / 마이너 중에서도 상마이너라 할 만하지만 정말 강했습니다. 지금 떠올려도 머리가 어질거려요.

타파리님 / 감동할 만한 내용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극약이긴 해도 살아갈 힘을 주는 만화 같아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리안 at 2006/04/14 10:12
보고 죽은 사람이 여기 또 하나.....OTL 제길.. 차라리 모르고 있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Commented by 모든 at 2006/04/15 21:14
G전장..멋지죠. 저도 친구 책 빌려봤다가 홀릭해서 소장중이랍니다...(지금은 2,3권을 다른친구가 빌려가서 1년째 연체중...OTL)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6/04/15 21:53
리안님 / 그래도 오겠나? 이 세계로........

모든님 / 아니 그런!!!!!! 연체료까지 챙겨서 당장 받아오세요 ;ㅠ; 정말 필수 소장품입니다.
Commented by Hylls at 2006/04/16 20:17
...무서워서 못 보겠습니다. 표지를 책방에서 본 기억은 나지만 포스팅이... 다른분들 덧글이... OTLOTLOTL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6/04/17 18:06
Hylls님 / .................음................
주사 맞는다고 생각하시고 한번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주사. 주사.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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