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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런 생각도 있을 수 있겠지. 이대로 계속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아빠나 딸 같은 가족설정은 분명 지금의 관계를 부수기 싫어하는 전하가 걸은 마법이겠지.> 오란고교 21화를 보고 놀란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여자애들만 모여있는 또래집단의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어떤 관계를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작에도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크아... 매번 이 소리 하기도 질렸어! 원작을 보든지 해야지) 1. 실제 여학생들간의 유대관계 그런데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얘기가 일반적인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당장은 확인할 길이 없네요. 6년 동안 한국의 중고등학교 여자반에서 지내면서 본 귀납적인 이야기들이니... 제가 있던 교실만 그랬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여자학교 / 서울or지방 / 재학시기에 따라서 상황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우선 집단의 환경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출생시기 : 80년대 초반 중고등학교 재학시기 : 90년대 중반 ~ 2000년대 초반 중학교 : 경기도의 남녀분반 사립 중학교 고등학교 : 서울의 남녀분반 사립 고등학교 급우 : 거의 50명 학년당 여학생 수 : 중학교 100명 / 고등학교 250명 저는 남녀분반을 다녔기 때문에 여학교의 분위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녀분반이라고는 해도 합동수업도 전무하고 3년 동안 남학생이랑 얘기해본 건 한손으로 꼽을 정도이니 무시해도 좋을 정도지만, 그래도 여학교 분위기랑은 또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체벌만 해도 -_-; 단순히 생각해보면 여학교 쪽이 훨씬 세겠지요(남녀공학은 상대적으로 여학생 체벌을 가감하니까).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스킨쉽이 세계적으로도 유별나다는 것은 아마 다들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데요. 물론 친한 사이 한정이지만 A(입술에 하는 키스) 이하까지는 모두 허용된다... 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레즈비언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중고등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시간대에서 발생하는 한국 여학생들만의 특수한 유대관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전혀 경험이 없어서요. 여튼, 좁은 교실에 50명이나 되는 여학생들이 하루의 1/3 이상을 함께 보내다보면 소속그룹이 저절로 5-7명씩 나누어져 구성이 됩니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 찧고 까불고 하면서 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룹별로 다양한 형태(이라고는 해도 몇가지 패턴이 있습니다)를 띄지요. 중고등학교 시기는 소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해서, 가족과의 트러블이 시작될 때이기 때문이거나 외부사회와 격리되어 집과 학교만 오가는 탓일지 모르지만 그 무엇보다 또래집단과의 유대관계가 중요시됩니다. 그런데, 여학생들의 또래집단에서 자주 보이는 관계형식이 바로 '역할극'입니다. 그 중 하나가 가족극인데, 5-6명의 집단이 있다 치면 너는 아빠 나는 엄마 얘는 딸 이런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호칭이나 놀이형태, 역할과 관심이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이죠. 이 관계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대관계(학교 내의 친분)가 지속되는 한 계속 이어집니다. 옆에서 보기만 했지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더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속해있던 집단에서는 가족극 대신 '첩질'을 했거든요 -_-;;; (너는 내 퍼스트 너는 내 세컨드 하는 식으로) 왜 이런 역할극을 하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심지어 미국시트콤 <프렌즈>에서조차 때로 비슷한 관계가 비치는 걸 보니 한국 한정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추측은 가능합니다. 사춘기 특유의 가족 트러블에 따른 또래집단 내의 유사(대안?)가족 시스템일 수도 있고, 친해지는 만큼 확인을 바라는 '우리가 남이가' 식의 유대관계 굳히기*일 수도 있고... 역할극이 있는 편이 놀기에 재밌다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 이 시기 일부 여학생들의 '유대관계'라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게 끈적합니다. 상대에게 엄청나게 집착을 하기 때문에 질투, 삼각관계, 과시, 배척, 소유욕, 배신, 암투 등등 별의별 상황이 다 발생하거든요. 가히 아기가 특정 수건이나 이불에 집착하는 수준에 비긴달까.) 그리고 이상 열거한 여자들의 유대관계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겪게 되는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2. 오란고교 호스트부의 특수성 하지만 일본 여학생들도 저러고 노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습니다. 그래서 카오루의 독백이 나왔을 때 놀랐고, 생각보다 여학생간의 관계에 대해 깊게 파악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지요. 그러나 이 호스트부는 하루히를 빼면 전원 남학생입니다. -_-; 따라서 타마키의 가족설정은 일반적인 여학생들의 가족극과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CC(Campus Couple)가 학과내에 생기면 골치아픈 이유를 아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지금의 관계를 부수고 싶지 않은> 타마키가 <하루히와의 부녀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호스트부에 이성관계를 끌어들여 균형을 부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발현이겠지요. 자신도 하루히(딸)에게 손을 대지 않을 테니 너희들도 넘보지 마라(아버지로서 용서할 수 없다)는 평화협정같은 거라고 할까요. 사실 하루히가 히카루와 데이트를 하든 안하든 타마키가 화를 낼 권리는 없습니다. 그는 하루히의 애인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사실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부정되고 있는 이유는 타마키가 '아버지'의 입장을 자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화를 낸다는 일반적인 순정만화의 시츄에이션에서 한끗 빗나가 있지요.* (* 타마키라는 캐릭터가 여자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버지(딸바보)'라는 입장을 주장함으로서 여자가 남자에 대해서 갖게 되는 경계심(강간공포)을 어느 정도 약화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카오루가 있습니다. 클래스내의 아웃사이더들만 모여서 구성된 호스트부, 그 중에서도 사회성이 가장 떨어지는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히카루를 잘 알고 있는 카오루는 히카루가 자신의 껍질을 깨고 외부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루히를 히카루에게 접근시킵니다.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는 의식이 강해서 히카루의 현 상황을 두고 볼 수가 없는 거지요. 어떻게든 관계에 변화를 주어서 히카루를 성장시키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같이 태어난 형제가 필연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쓸쓸함을 느끼는 카오루... 아마도 현재 이 애니 내의 최고의 갈등(메인스트림?)은 타마키 vs 카오루의 입장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애니에서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저 자신은 타마키 편입니다. 카오루처럼 그렇게 안달내고 걱정하지 않아도 졸업하면 다 알아서 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너무 준비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울타리 내에서 인형놀이를 하건 가족극을 하건 분리불안증세를 보이건, 그건 사춘기 한정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차피 언제까지고 달릴 수는 없는 호박마차예요. 억지로 부수지 않아도 마법은 풀릴 때가 오지요. 그리고 심지어 마법이 풀려도 유대는 계속되니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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