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만애과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걸 뒤늦게 알고 일정을 급히 조정해서 겨우 애니 상영회에는 시간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화 전시회는 폐장 직전이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orz 오 마이 갓
세종대학교의 만화 · 애니메이션 학과는 올해로 벌써 10주년을 맞았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에서 이러한 학과가 10년이나 자리를 지켜오고, 우수한 인력들을 길러내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기쁘고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죠. 전에도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만 오늘 전시회를 보고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무려 20편이나 되는 단편 애니메이션, 그리고 40편의 만화가 전시되었는데요. 디카를 풀로 충전해서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럴만한 타이밍을 못 잡아서 촬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만화도 못 봤구요 ㅠ_ㅜ 대신 그 중 몇몇 작품이 담긴 만화회지를 두권 사들고 왔습니다. 컬러원고 포함에다 400p에 육박하는 책이 단 오천원이라니... 단가가 적어도 만원은 될텐데... 게다가 왜 이렇게 재밌어 ㅠㅠ
애니메이션들도, 실은 폴라리스 랩소디 팬뮤비에 기대를 걸고 간 거였습니다만... 상영된 20편 중에 단 한편도 재미없는 작품이 없었다는 사실에 너무도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자랑이 아닙니다만 저는 예술영화도 별로 본 적 없고, 단편 애니 모음 상영을 보러 갔다가 졸은 적도 있고, 여튼 재미없는 작품에 대해 자비심이 없는 옹졸한 인간입니다;;; 그런데 두 시간 동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춥긴 했지만요. ㅠㅠ 학생들에게 난방 좀 해줘요!!
[Vistance]
3D 로봇들의 댄스배틀(?!). 무슨 소린가 하시겠지만 진짜로 저런 내용입니다. 저거 움직임 구현하느라 얼마나 애쓰셨을지 생각하면 안습.
[Dive into]
섬세한 연필풍(?) 동화에서 예쁜 감성이 전해져왔던 작품입니다. 배경이 너무 맘에 들었고, 소년(청년이면 대략낭패)이 글을 쓰면서 고뇌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의 향연이 진심으로 와닿았습니다. 글 써본 사람의 입장으로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마지막 채색이 아름다웠어요.
[十二月二十四日]
이 산타 할아버지 너무 좋습니다 사랑해요 ㅠㅠ 착한 아이가 될테니 제발 제게도 와주세요!! 글로벌하게 각 지역 이미지에 어필하시는 호탕하신 산타 할아버지. 오밀조밀하게 표현한 동네가 사랑스러웠습니다. 내숭 떨면서 선물을 받는 소녀 최고. 그리고 엔딩 스탭롤 배경이 너무 멋졌습니다!!! 잘됐구나 골룸...
[반짝반짝]
어린 왕자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근데 이름이 안나왔다...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들이 별나라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색채감각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예요.
[Never Ending Story]
캐릭터들이 색기가 넘치는구나... 라는 발칙한 생각이 먼저 들었던 애니메이션. 제게 있어서도 애증은 너무도 입맛당기는 소재예요. 애절한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이 상영회 보면서 정말 섹시하다고 생각한 캐릭터들이 몇 있는데 여기 남녀주인공도 그렇습니다.
[데쓰싸커]
말하자면 우수리삘의 개그가 넘치는 작품이랄까...? 지구를 침략해온 외계인들과 지구 대표 축구선수들이 나섭니다. 텔레토비들의 태클이 압권. 수비하는 모습은 더 압권(...). 신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치사하다 다스베이비!!!
[Post it]
역시 엄청 섹시한 남주인공이 나오는 작품. ㅠㅠ 그러지마 오빠
참 꼼꼼한 여자친구였는데 어쩌다 그랬는지는 몰라도 기운내요. 오빠 얼굴에 몸매면 분명 여자가 줄을 섰을 터(...그런 문제냐?)
[울리불리 진실게임]
조개들의 디자인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처음에 게임 스타일의 도입부를 차용한게 독특했고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너무 직설적으로 넣은게 아쉬운 점;;
[종이비행기]
배경이나 동화 등에서 미*자키 하*오의 영향을 받은게 뚜렷하던 작품. (포스터부터가 패러디였으니 비밀도 아님)
점차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영화 예고편 분위기를 낸 것이, 정말로 본편을 기대하도록 유도하더군요.
정말로 본편이 있으면 좋을 텐데;
[Continuing the good life]
마치 책과도 같은 형식을 취한 도입부, 그리고 색채감각이 인상적이었던 애니메이션입니다. 과일이 마치 보석같아요.
[The idea]
이런 전투씬이 보고 싶었다!!! 라는 제작자의 절규가 들려오는 듯한 3D 애니메이션입니다.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총탄에 대응하는 여주인공이 멋졌음.
[위기의 남자]
위기의 감독님께서 만드신, 이번 전시회의 최우수상작입니다. 돛대마저 새에게 빼앗긴 위기의 가장이 죽으려고 하지만, 의외로 사람이 죽는다는게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 서양 만평 풍의 귀여운 캐릭터로 심리묘사를 멋지게 해낸 점, 음악을 연출하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Ashes]
금연합시다! 샌드 애니메이션 같은데 맞나요?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이미지, 무엇보다 '재'와 '모래'의 이미지를 겹쳐지게 만드는 연출이 멋졌습니다.
[Shot age]
특정 부위를 화면 가득히 비추는 연출은 어쩐지 카레카노 풍입니다.(혹은 프리크리인가...?;) 어느순간 캐릭터들이 무지하게 이뻐보이는 환상적인 원화가 아름답습니다. 드럼을 두들기는 장면은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멋지게 그려내셨어요. 성우가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점도 체크(;)
[Seven seas]
그야말로 음악에 맞춘 뮤직비디오입니다. 굉장히 감각적인 영상, 거기에 딱딱 맞는 음악이 멋졌어요. 처음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아낌없이 치고받는 나무]
이런 패러디 너무 좋아요!! 소년과 나무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헌신하는 나무가 아니라 서로 치고받으면서 키워나가는 우정. 그럼에도 서로 오가는 감정선은 똑같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무감정한 영어 나레이션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플라워]
만화 전시회에 원고 버젼도 있었던 애니메이션. 식물인간이 된 여자의 나레이션, 그녀를 대변하는 화분의 꽃. 슬프지만, 결국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Escalator]
사랑에 빠진 남자는 무섭습니다... 어딘가 유령신부 같은 캐릭터디자인이네요. 에스컬레이터의 한 부분만으로 지루함없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상황 연출이 대단합니다.
[Hope for the flower]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를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거 맞죠? 그런데 원작 엔딩은 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명예보다 사랑을 선택한 두 바퀴벌레... 아니 애벌레들.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에 적절한 소재였다고 생각됩니다. 움직이는 모습에서 따스함에 전해져와서요.
[Polaris rhapsody]
다 아실, 이영도 작 '폴라리스 랩소디'를 기반으로 한 팬 뮤직비디오입니다. 팬의 근성은 무섭다는 것이 절절히 느껴져오는... ㅠㅠ 주요 캐릭터가 한번씩은 다 나온 것 같네요. 하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건 밤바다와 밤하늘이었습나다. 활쏘는 라이온이 좋아요! 망르님 윈디아님 만드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최고의 팬서비스를 노가다로 해주시다니 ㅠㅠ
[Rosebay lane 24]
사랑과 실연의 아픔에 대해서 독특한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 만화경같은 색채가 아름다웠습니다.
하나하나 열정과 개성이 팔팔하게 살아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학생들이 모두 감독이 되어서 자기 작품을 발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진 작품을 만날 수 있을 때마다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요새 아니메들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도 결국 제 감성에 와닿지 않기 때문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프로듀서가 되든 편집자가 되든 뭔가 유능한 인물이 되어서, 이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서포트하고 싶습니다. 동시대에, 같은 세대에, 이런 재능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건 분명 행운이겠지요. 인재는 얼마든지 있으니 그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지금 제가 가진 꿈은 그거... -///-
* 세종 만애과는 과제전 애니메이션 DVD를 발매하라! 발매하라!
코믹에도 만화 회지를 들고 출전하라! 출전하라!
요새 오리지널이 먹히는 분위기인데다 그 두꺼운게 그 가격이라면 홈쇼핑/바겐세일 혼에 불타는 동인녀 몇몇은 분명 걸려든다니까(.....) 게다가 재미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