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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이누의 피>를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님이 게임을 알려주신지 거진 3개월만의 일이었죠. 사실 페이트를 그렇게 보냈듯이 게으름에 져서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는데... 아니 사실 이제까지의 패턴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90%였건만.
편집하느라 밤이면 밤마다 진땀을 뺐던 팬픽사 원고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이제 나름대로 한가해졌지만 한번 늦어져버린 취침 시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죠. 밤에 시간이 남아도니까 어쩌다보니 그만 인스톨해버린 거예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게임을 잘 안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선택치이기도 하구요. 센티멘탈 그래피티, 판타스틱 포츈, 팬텀 오브 인페르노 등의 선택지 게임을 해봤는데 죄다 실패했거든요. 센티멘탈은 배드엔딩, 판포는 백합엔딩, 팬텀은 2부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중간 엔딩... ㅠ_ㅠ 원하는 캐릭터랑 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랬기에 토가이누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초반엔 한자도 어렵고, 내용도 잘 모르겠고, 주인공인 아키라는 말도 거의 안하고 해서 정말 재미없었어요. 이틀에 10분인가 진도 나가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 운명의 1월 13일날 밤....
너무 피곤했던 탓에 자기가 주최한 미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시쯤 먼저 물러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잘 준비를 했지만 컴퓨터 폐인인 주제에 한번도 안 켜보고 잠들 수야 없죠... 11시였나, 잠깐만 볼까 싶어서 화면을 띄웠는데
새벽 4시까지 일직선으로 달려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orz그 유명한 XXXX 씬까지 봐버린 후, 기력을 너무 소모한 탓에 더 이상 플레이할 힘도 잃은 채 침대에 몸을 던졌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니 찬란한 아침 태양을 볼 낯이 없더군요. 뒷이야기가 무진장 궁금한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대낮에는 진행할 마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18금 BL 게임이라고 사전에 듣기야 했습니다만 설마하니 이럴 줄은 몰랐어요;;; 바보같은 얘기지만 진짜로 몰랐습니다.
실은 아직 BL CD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슬레이버즈 키스’의 씬 트랙은 들어봤어요. 그런데 그때... 사쿠라이씨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야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orz 지금 생각하니 그건 제가 목소리에 둔감하거나 성우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의 앞뒤 맥락을 자르고 들었기 때문에 전혀 이입을 못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그렇게 경험도 자각도 없던 저입니다만, 토가이누를 하면서 아키라 때문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중간중간에 아키라 성우분이 신경쓰여서 자꾸 깨긴 했습니다만.
그냥 야하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가학성을 자극하는 이 시츄에이션은... 저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닙니다만 이렇게 대놓고 자신의 가학성과 마주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수치심에 어쩔 줄 몰랐다지요. 케이스케의 “인정해. 너도 미쳐있다는 걸”이라는 대사가 꽂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좀더 어울리는 비유가 있긴 한데 도저히 제 입으로는 말할 수 없는 비유이므로 생략.
요는 제가 이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다는 사실이므로, 개발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정품 게임을 구입하려고 당장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게 구하기 쉬운 건 아니더군요. 지금은 갖고 있습니다만.;
결국 14일 밤에도 달렸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노린 캐릭터와 한큐에 해피엔딩 골인했습니다.
부를 이름은 하나입니다.케이스케!!!!!!!!!!!!!!!!!!
아악 어쩌면 좋아요 우리 불쌍한 케이스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돈 주고 산 게임이 ‘강철의 걸프렌드’였던 그 순간부터 십년 동안 게임과 악연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게임 캐릭터에 이렇게까지 이입한 것은 처음일 것 같아요. 케이스케에 이입했다는 게 아니라; 케이스케를 바라보는 아키라에게 완전 싱크로했거든요.
케이스케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저에게 하는 걸로 들려서 진짜 난감했다지요.
아냐 케이스케! 오해야! 난 네가 아키라 곁에 있어주는게 너무 보기 좋았다고... 열등하게 봤다니 그렇지 않아 ㅠ_ㅠ 아키라 너 임마 뭐라고 말 좀 해봐!!! ....근데 니네 문제에 내가 왜 이렇게 열을 내야 하는거지... <- 심리가 딱 요 패턴의 무한 반복이었음.
친구간의 우열/열등 의식 문제에 대해서라면 저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역시 당해본 처지라서 교감하는 건지 뭔지는 몰라도 너무 이입해버리는 바람에 엄청 당황했습니다. 진심으로 괴로웠다고 말하면 이해가 가실런지?

케이스케를 좋아하지만 호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좋아하는 동시에 얘가 무서워요. 새벽 4시에 그런... 장면을 보질 않나 다음날 밤에는 창자 엔딩을 보질 않나... 사실 이 게임 스샷 네타는 당할대로 당하고 시작했거든요. 속칭 순대 엔딩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샷이랑 명칭만 봤을 때는 개그였건만 직접 당해보니 호러더군요. 덜덜...
이런 식으로 좋아한 캐릭터가 예전에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하다니... 케이스케의 회상씬에 너무나도 감명을 받아버려서요. 공감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로등이 팍 꺼지는 연출에 전율했습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이제까지 제가 가장 감동했던 장면은, “난 너와 함께 이곳을 나갈 거야. 그러니까 아직 죽을 수 없어”라고 아키라가 솔직하게 말하는 부분이었어요. 정말 울어버릴 것처럼 감동했으니까... 여기서 순대 엔딩 나왔으면 진짜 좌절했을 거 같은데 천만다행이도 아키라가 케이스케를 구해내는 쪽을 먼저 봤습니다.
케이스케-아키라에 반해버리는 바람에, 어제 린 루트를 시작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는 싫어 -_- 쳇 아키라는 케이스케를 좋아한단 말야 -3-" 이러고 있었는데, 플레이 시작 7분 만에
"린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이러고 있었다지요 orz
미안 케이스케... 널 배신한건 아냐... 믿어줘.... 린 루트로 가더라도 아키라의 첫사랑은 분명히 너야. 너라구.
케이스케 루트에 너무 감명을 받아서 뒷전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단연 아키라입니다. 게임 얘기를 처음 들었던 2년 전, 일러스트만 봤을 때도 이미 반해 있었는걸요.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완벽하게 제 취향 핀포인트예요(크흑...). 맨처음 케이스케에 반한 계기도, 아키라가 케이스케를 좋아하는 게 뻔히 보였기 때문에 아키라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도 좋아 >_< 뭐 이런 거였으니까.(케이스케 루트를 진행하니까 당연하잖아 이 단순왕...)
케이스케가 아키라의 여러 가지 표정을 보고 싶다고 할 때 정말... 대공감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말인데 지금까지 아키라가 웃는 CG가 나온 적이 없거든요? 이 녀석 웃는 적이 한번이라도 있기는 한 거야? 보고 싶다... 하지만 케이스케 외의 캐릭터 루트에서 그런 표정을 보이는 건 용서 못해!!!! 흑흑...
(그래서 오른쪽의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2대 일러 중 하나. 케이스케의 저런 표정에다 아키라의 저런 미소... 돌겠군...)
그런데 명색이 개인전 챔피온이라면서 저렇게까지 얻어맞고 다니다뇨. 이건 전부 이놈이 끼니를 안 챙겨먹어서 그런게 틀림없습니다 -_- 밥을 안먹으니까 힘이 안나지. 게다가 니가 마감 직전의 동인녀도 아니고 잠은 왜 제대로 안자는 거냐?! 케이스케가 밥 챙겨준 이후로 뭘 먹는 걸 못봤어!!! 그러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알비 아저씨네 밥을 먹다가 끌려가는 거야 임마.
...그 수에 걸려들진 않았습니다만 만일 그 만찬도 CG였다면 버틸 자신이 없네요.(야식테러잖아) 분기점의 유혹 센스가 부족하군!
하여튼, 제 예상을 뛰어넘는 문장력이나 캐릭터의 설득력 등에 완전 무방비로 당해버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보시는 대로...(...)
딴소리지만 아무리 해도 그럴 듯한 한국 번역 제목이 떠오르질 않네요. 애초에 죄라는게 인간만이 지을 수 있는 건데, 그렇다고 '죄인의 피'라고 하기는 너무 약하고. 하긴 '토가이누' 자체가 니트로키랄의 신조어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