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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동안 제 상황은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빴습니다.
한번도 싸운 적 없는 7년지기 친구랑 싸우질 않나, 눈치없는 모씨가 부모님께 제 블로그 주소를 알려줬대지, 직장에서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야단맞고. 더 기가 막히는 건 전혀 다른 관계에서 터진 이 사건들이 모두 같은 원인에서 기인된 것이며, 마치 세상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제게 뭔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정하라고요. 사실 답은 이미 나와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고 보지 않으려 했던 것뿐. 저는 중학생 시절 이래 스스로 이야기를 짜고 글을 쓴 일이 없습니다. 정말로 머릿속이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 플롯도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고민할 필요도, 힘들어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창작'이라는 것, 그건 제 세계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거리두기도 쉬웠습니다. 간단하게 이입하고, 눈물 흘리고, 반하고, 박수치고. 그럴 동안은 편했습니다. 어째서 [토가이누]였는지 그건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는 아무리 2차 창작을 동경하고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해도, 머릿속에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하기도 쉬웠는데. 그런데 왜 '이거 아쉬운데'라고 생각한 순간, 느닷없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일까요. 그것도 제가 언제나 신경쓰고 있는 주제가. 제가 쓰기로 결심했다기보다는 손이 멋대로 움직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rein님과 월양님이 옆에 계시지 않았다면 분명히 끝까지 쓰지 못했을 겁니다. 피드백 없이 혼자 틀어박혀서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외로운 일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 자신과 이렇게 치열하게 싸워본 적도 없었고요. 그건 분명, 이제까지 써왔던 글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제 안에 있던 자기 확신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 그 어떤 책을 집어들어도, 어떤 텍스트를 읽어도 제 것보다는 잘 쓴다는 피해망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그게 너무도 괴롭고 힘들어서...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극복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걸까 신기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거대한 세상 앞에서 자신이 끝없이 깎여내려가는 느낌인데. 글 쓰는 것 자체가 자신을 향한 학대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 거예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멈출 수가 없었지만요. 정말 너무도 괴상한 모순이었습니다. 끝없이 자신의 글에 대해서 스스로 트집을 잡고 학대하면서도-- 한편으로 치밀어오르는 것은, 부정당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 하지만 부족한 점도, 치졸한 점도 너무 뻔히 보이니까 스스로 먼저 부정해버리게 돼요. 그러고서 다시 상처받고. 그게 내면에서 무한동력장치처럼 한없이 반복되죠. 그 알량한 자존심만, 나라는 존재가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겨우 이정도냐는 소릴 듣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 하나만 버리면 편해질 문제인데. 이게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치라고, 세상 모두가 비웃어도 난 비웃지 않는다고--- 그렇게 자기긍정만 할 수 있으면 되는데. 몰리고 몰린 구석에 처박혀서도 그게 좀처럼 되지 않아서 미친 사람처럼 혼자 비웃고 울고 불고 난리네요. 저 자신이 이렇게까지 저 자신을 배신하는 경험은 정말 처음이예요. 이런 창피하기 짝이 없는 글을 대놓고 떡하니 블로그에 쓰는 것은, 이제 도망칠 장소를 남겨두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오만하고, 잘난 척하고 싶어하고, 엄청 글 잘쓰는 척하고 싶어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뽀록내지 않으면 끝까지 자존심을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저 자신도 제 안에 그런 마음이 있다는걸 깨달은지 얼마 안되었지만;). 진부한 대사입니다만, 정말로! 도망치기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감히 창작글을 쓰는 자신]도 포용하지 않으면 이 아노미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할 거예요. 누가 뭐라든 흔들리지 않을 만한 자기 확신을 되찾아야만 이 고착 사태에서 탈출할 수 있겠죠. 지난 3개월 동안 자신을 갉아먹고 두들겨패면서도 결국 포기할 수 없었던 이야기. 이젠 저 스스로가 인정해줄 수 있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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