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함으로서 살아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
독일인이여!
당신과 당신의 후손들이 유태인과 같은 운명을 감수하기를 바라는가?
당신들은 자신이 당신들의 유혹자와 동등한 범죄자로 간주되기를 바라는가?
우리들은 모든 세계 인류에 의해서 영원히 저주받고 부패한 민족으로 낙인 찍혀야 한단 말인가?
아니다!
우리는 나치와 같은 하등 인간들과 같이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밝혀라!
자, 이제 새로운 해방전쟁은 시작되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이 우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무관심의 껍질을 벗겨라.
결심하라! 비겁하게 주저하면서 숨어버린 자들에 대한,
준엄한 그러나 정당한 재판은 언젠가 닥쳐올 것이다.

- 백장미단의 다섯 번째 전단, "독일 반나치 운동 전선의 선언문-독일 국민에게 고함" 중



2차 세계대전 당시, 서슬퍼런 나치의 치하에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용기있게 저항했던 학생들에 대한 수기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에서 발췌했습니다.
어째서 권력자들이 테러보다 시민각성을 더 두려워하는지를 결정적으로 깨닫게 해준 책이었어요.

토가이누 시키 ED2를 까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쏟아부으면서 국가폭력에 대한 책을 사들였더니 온라인 서점 회원 등급이 두 단계 뛰었구요. 나치 연설 DVD에다 백장미단 영화까지. 지금 가까운 책장에 꽂힌 것들이 죄다 독일과 한국 근대사예요. 동기야 어쨌든 정말 좋은 공부 했습니다.
나치 전당대회를 보고 인간의 광기에 절망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만, 또 우리나라 근대사를 읽고 있자면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더라구요.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 하나 하나가 헛되는 일 없이 연결되어서 기적으로 이어지는...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지금 제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수천의 목숨과 바꾼 대가라는 걸 소름끼칠 만큼 깨닫게 됩니다. 불과 십오 년 전 일인데. 정말 너무 무섭고, 화가 나고, 가슴 아프고...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근데 왜 이런 내용을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없는 건지. 내가 그 시간에 졸았나?

by 살아가자 | 2007/08/03 22:18 |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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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칼렛 at 2007/08/03 22:24
숀 남매는 지금도 독일인들이 존경하는 10대 인물 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죠....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7/08/03 22:32
훗... 백장미단... 용자들입니다. 저 당시 나치를 열등인간이라고 말할 정도의 용기가 있었다는
것만도 대단한 거죠.
Commented by mojong at 2007/08/04 01:27
음. 학교는 대개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안하는 법이지요. :) 어디까지나 씹어먹기 좋은 정도까지만 가르치는게 대한민국의 교육이라...(나쁘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대학교육도 이런식인건 가끔 아쉬울 때가 있어요.)
Commented at 2007/08/04 12: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8/04 17: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타르시아 at 2007/08/04 22:37
아마 안 조셨을 겁니다. 그런 건 시험에 안 나오는 거라서, 안 가르쳐 줘요.(현직 고3)
Commented by 이형진 at 2007/08/05 00:55
...대부분 광주/전남 지역을 제외하면 안 가르쳤을 겁니다. 아마도. (광주/전남쪽은 전교조 가입율이 상당히 높은 동네이기도 하고, '직접' 그 '참사'를 목격하셨던 분들이 많은 동네지요. 천주교 광주대교구와 대구대교구의 성향이 사알짝 다른 이유하고 비슷하려나?)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7/08/08 08:13
스칼렛님 / 헉 스칼렛님 여기 봐주시고 계셨다니 ㅠㅠ 감사합니다. 정말 그럴 만해요. 그 상황에서 자기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용기라니...

존다리안님 / 그러게요.

모종님 / 예 정말 대학교육마저도 이러니 결국 스스로 찾아보는 계기가 중요하게 되더라구요...

비공개님 / 다음에 만날 때 빌려줄게. 그런데 어떤 걸로?

비공개 ㅇ님 / 저 처음에 5.18혁명으로 잘못 읽었지 말입니다.
5.16혁명이군요... 그런 거군요 OTL
저와 같은 나이의 청년들이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던게 불과 십몇년 전이니까요. 추천하신 영화도 꼭 보고 싶네요 :)

이타르시아님 / 그날로 우리나라 역사가 죽었기 때문인가요.... OTL (26년에서)

이형진님 / 그렇군요... 하아. 그래도 이젠 책이라도 구할 수 있으니 다행인가요. 읽으면서 끊임없이 분노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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