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정말 대단하다
지난 연휴 때, 시장조사를 하러 종로에 나갔다. 추석 당일인데도 거리엔 사람이 가득했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라고.
그 생각을 하자 문득 현기증이 일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다, 월요일에, 토요일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에.
어른들이란 정말 무서운 존재구나.
예전에는 그런 생각 꿈에도 해 보지 않았다.

지난 주말에 엄마랑 통화를 했다. 아빠 건강이 예전같지 않으시다고.
이번에 나오셔서 정밀검진을 받으셔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도 마찬가지.
별 거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그 말에 소름이 끼쳤다.
문득 생각해버렸다. 언젠가, 내가 숨이 붙어 있는 미래의 어느 순간에
아마도 나는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시기를 맞이할 거라고. 엄마도 아빠도 없이, 단 혼자서.
예전에는 그런 생각 꿈에도 해 보지 않았었다.

예전에는 스스로의 건강이나 체력에 의심을 품은 적도 없었다. 어른들이 하는 웰빙이나 헬스를 보면서 왜 저런게 필요할까 하고 치기어린 의문을 품은 적도 있었다.
요새는 나보다 먼저 이 '홀로서기'의 감각을 알아왔을 사람들이 너무 대단해 보인다.
살기 귀찮다거나 살기 힘들다는 생각은 해봤어도, 산다는 것이 투쟁이라는 생각은 해본 일이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은 '내가 나임을 잊을 수 있는' 어떤 도피처를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샤와 마르스가 그랬던 것처럼.
왜 이제 와서 그 대사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걸까...

좋은 점도 있다. 이제 많은 건 아니지만 돈을 번다. 모 단체에 가입해서 어린이 후원금을 다달이 보낼 수도 있고, 책 인쇄비가 모자라서 부모님께 부탁드릴 필요도 없고(월급 아니었으면 헤븐즈도어 못 냈다... orz), 책세상 우리시대 문고를 전부 질러버릴까 고민도 해 볼 수 있다(지금 30% 세일 중인데!). 그리고 지금 내가 배우는 것들이 언젠가 희나래님이나 씨네필님 등등의 책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도 있다.
그러니까 절대로 그만둘 생각은 없다. 지금의 내게 열정은 없어도, 미래를 향한 꿈은 있으니까.

그냥, 세상과 부모님 품에서 보호받고 있던 학생 시절이 끈질기게 그리운 것뿐이다.
by 살아가자 | 2007/10/06 10:13 |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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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7/10/06 10:33
1. 추석연휴,개천절에 생각도 못했는데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와서 놀랬습니다.
2. 아버지도 정년에 가까워졌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지 않더군요. 빨리 어른이 되어야...
3. 뱃살보니...(먼산)
4. 저도 얼마 안 남았네요.
Commented by 선아 at 2007/10/06 10:53
아아, 아아아아... 사회 초년생으로서 막 가슴이...ㅠㅠㅠㅠ
그래도 전 내년에 복학하니까 좀 다행이에요...ㅜㅜ

음음 모 추리소설을 아동용 말고 어른과 아이가 전부 즐길 수 있는 만화로 만드는 게 제 꿈
Commented by 계짱 at 2007/10/06 10:54
그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것 같어. 혼자 홀로서기 하는 것보담 일평생 동지가 하나있음 든든하잖아 +ㅁ+! ........좀 찾아야 할텐데 동지 ㅠㅠ
Commented by 크루세닌 at 2007/10/06 12:37
살아가자님은 대인배..ㅠㅠb 멋지세요!!
Commented by cinephile at 2007/10/06 20:00
다들 그렇게 조금식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죠.....살아가자님은 잘 하실거라 믿습니다.^^
Commented at 2007/10/07 02: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arah Jang at 2007/10/07 12:16
Fighting my love ♥
Commented by 환타 at 2007/10/07 22:31
저 위에 써있는 방명록 마지막 글이 몇달 됐길래 여기다 글 남겨요 언니(웃음)
요즘은 왠지 몸은 놀고있는데 머릿속만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예요;ㅅ;
언니도 많이 써보시지 않았나요...'자기소개서'라고...(저 음소가 싫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제 수준은 틀림없는 중소기업인데(무시하는건 아니고...연봉문제?) 어쩌다보니 대기업 공채에 치여서 다른 기업은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어요 ㅜㅜ
게다가 청천벽력같이, 중간고사 다음주가 논문발표라니...손도 안대고 담당 교수님도 안정하고 주제도 안정했는데...!! 그냥 이러고 있어요 ←
그냥 하소연이 하고 싶었던 것 뿐일수도 있고, 갑자기 언니가 보고 싶어져서일수도 있고, 그냥 그래서 오랜만에 왔어요^^;
제 얘기만 주저리주저리 했지만, 환타가 언제나 마음속으로 언니 응원하고 있어요♡
덧) 저 공채 다 떨어지면 소주라도 한잔...-_ㅜ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7/10/08 22:57
알트아이젠님 / 정말 그렇더군요.
주변 사람들이 슬슬 '얼마 안 남게' 되는 걸 보니 착잡하달까요...

선아님 / 아아아아아아아아아(덥썩)
우리 같이 힘내요 화이팅!!!!!!!!!!!!!!!!!!

계짱 / 그런 거 같더라. 그런데 그 동지랑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슬프잖아...;

크루세닌님 / 크루세닌님이 저보다 회사 생활 먼저 시작하셨으면서!!! ;ㅁ; 님이 훨씬 멋지세요!!!

씨네필님 / 가 감사합니다 ㅠ.ㅠ
솔직히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데... 어른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아아아아

비공개님 / 저 사실 이런 식으로 까놓고 쓰는 글 되게 싫어하는데(약해 보이니까)
아주 나쁜 것도 아니네요. 님을 잠수에서 끌어내다니(덥썩) 오래간만이예요!!!
그렇게까지 잘난 사람도 아니고.. 아니 엄청 무능력하지만;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가셨을 분들을 생각하면서 힘내고 있습니다.
저도 n님을 응원하고 있어요. ^^

S.J / Thank you ㅠ_ㅠ 너도 힘내.

환타 / 정말 오랜만이다;;; 요전에 답문자 안 보내서 미안해.
너 보니까 작년 이맘때의 내가 생각나네 ^^ 그때 팬픽사에 미쳐있는데 갑자기 졸업논문이 끼어들어와서 패닉이 되었지;;;
지금 딱 정신 없을 시기겠다. 취업에 논문에 시험도 있고... 자기소개서라니 말만 들어도 내가 다 골이 아픈걸.
붙건 떨어지건 내가 한 잔 살게. 연락 줘. 이번엔 반드시 답장할게♡
Commented by 개털 at 2007/10/14 04:33
희나래님의 책을 만들 때...+////+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7/10/14 23:37
개털님 / 후후후후후후 저의 야심은 이렇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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