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화에 대한 도서의 기획서를 작성하다 보니 드는 생각.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십대가 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문화가 있기는 한가?
컴퓨터 게임을 소비한다고 해서 그 문화의 주체자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주체가 되려면 단순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생산자의 위치도 함께 점해야 하지 않을까.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을 위해 준비되었어야 했을 중고등학교 동아리 시간은
내 때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었다. 그 시절엔 만화 애니 동아리 같은 건 눈치가 보여서 만들 수가 없었다.
어쩌면 학교라는 공간부터가 애시당초 십대가 주체로 설 수 없는, 군사적이고 권위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문화의 주체가 된다는 게 불가능한 걸지도 모르겠다.

코믹월드가 열릴 때마다 참가하는 그 수많은 십대들은, 만화도 만화지만 그 이전에 ‘자신들이 문화의 주체가 되는 공간’이 여기밖에 없기 때문에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동인계만큼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운 곳도, 기성세대의 권위주의나 억압이 적은 곳도, 주체적인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이토록 낮은 문화축제도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by 살아가자 | 2008/01/24 16:39 |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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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계짱 at 2008/01/24 19:56
쟈기 요즘 많이 까칠해보여;;;; 식은땀이 주르륵--- 날 추운데 감기 조심 ;ㅁ;...!!
Commented by 우촌 at 2008/01/24 23:00
으윽 너무 공감돼서 안타까울 정도네요;; 저도 그런 주제로 고민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십대가 주체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문화가 뭐가 있을까...하고 생각해봐도 저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오던oTL
Commented by pm at 2008/01/25 12:07
원래 한국 비보이 문화도 10대들이 주축 되는 문화였습니다. 요즘은 공식적인 공연도 하고 양지로 많이 들어났지만 대부분 비보이나 힙합댄스팀들 주축은 10대에서 20대 초반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알바비 쪼개서 연습실 빌리고 춤추고 하면서 형성되요. 그러다 군대 갔다온 이후로 현실에 적응하면서 차츰 그만두는데 요즘은 공연 문화로 발전되서 하나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죠.

코믹 같은 경우는...10대 문화라기 보단 말그대로 동인지 문화인데...갈수록 어린애들 놀이 동산 같해서 갠적으로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사라 at 2008/01/25 22:39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제외한 학교 동아리는 그저 학교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부속품이죠. 학생부에 글 한줄 덧붙이기 위한, 그러기 때문에 아무런 열정도 기대도 없는 동아리에요. 제가 10대였을때 코믹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었어요. 학교라는 사회라는 관습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미친놈/년 들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안에 들어가면 어떤 이상한 짓을 하더라도 용서받을수 있고,(예를 들어 코믹 한가운데서 있는대로 괴성을 지르고 돌아다녀도 사람들은 아..코믹이니까 그런가보다 하죠 ㅋㅋ)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다들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진짜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요. 제 친구는 그런 분위기를 코믹의 미친 기류(혹은 분위기)라고 하면서 이미 동인지나 만화에는 관심이 없어졌지만 그 기분을 즐기러 아직도 코믹엘 간다 하더라구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유롭고 순수한 열정의 기류가 흐르는데가 코믹이 아닐까 싶어요(가장 축제답구요)
Commented by 살아가자 at 2008/01/30 12:56
계짱 / 너도 감기 조심!
우리 언제나 만나니 ㅠㅠ

우촌님 / 결국 저 기획서 접었어요...
돌이켜보면 저도 대학교 들어와서야 문화를 접하기 시작했지, 학교며 학원이며 뺑뺑이 돌리던 학창시절에는 한눈 팔 틈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더군요. 부모들이 허용하지도 않고요. 이런 이뭐병... orz

pm님 / 아, 그렇군요.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옛날 <힙합> 만화를 읽으면서 불타올랐던 게 떠올랐어요. 말씀하신대로 요새는 학원도 있고 뭔가 많아졌지만 그 시절만 해도 정말 길거리에 헤딩하는 문화였지요.

사라님 / 말씀하신대로, 수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을 벗어던지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코믹이라는 축제의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닌가 싶네요. 다른 축제와 달리 어느 기관이 주관하는 것도 아니고. 저야 이젠 지인분들 만나러, 혹은 동인지 사러 간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갔던 것 같아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강아 at 2008/01/31 01:15
정말 정말 없어. 요즘 애들은 뭐하고 노는지 너무 궁금해(..) 그러고보니 나도 내가 주체적으로 뭔가 하는 게 있나.. 하지만 또 특별히 없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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