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2 중국 문화혁명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붉은 스카프」 [5]
2008/01/30 전쟁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르바비차>를 기억하라 [6] 2008/01/24 실은 다들 불안해서 그러는 거래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 [3]
운명적인 1966년이 다가오기 전까지, 나는 공산 소년소녀단임을 알리는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문화혁명이란 마오쩌둥이 제기한 ‘4대 구악’을 몰아내기 위한 운동으로, 낡은 사상, 문화, 풍속, 습관 등의 사악하고 해로운 영향력을 깨부수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홍위병들은 그를 실천하는 선봉대로서, 마오쩌둥을 추종하는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주말에 광화문에서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의 <그르바비차>를 보고 왔다.
내가 보스니아 내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귀동냥한 것은 2년 전쯤이었다. 같이 커피숍에서 얘기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우연히 그 얘기가 화제로 올랐는데, 평소 무덤덤한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던 친구는 보기 드물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이 좋아 강간이었다’라고 보스니아에서 벌어진 사건을 이야기했다. 뭘 어떻게 하면 말이 좋아 강간이 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나는 내막을 물었다. 공산권이 해체되던 1990년대 초, 6개의 국가(세르비아,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회주의 이상이 사라지자 언어와 종교, 인정이 다른 5개 나라는 경제와 사회적 권력을 장악해 온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해 각자의 길을 가기를 원했던 것이다. 세르비아는 연방의 해체를 허락할 맘이 없었지만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와 마케도니아는 기나긴 전쟁을 통해 결국 독립을 쟁취했다. 영화는 현재를 비춘다. 그렇게 강간당해서 짐승의 딸을 품은 에스마는 아이를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단 한 번 젖을 물리기 위해서 아이를 안은 에스마는 ‘아직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남아 있음을’ 아기를 보면서 느꼈다고 고백한다. 에스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 사라에게 ‘네 아버지는 전쟁 때 죽은 영웅’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사라는 아버지를 동경하면서 ‘나 아빠의 어딜 닮았어?’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흠칫 놀라며 사라를 바라보는 에스마. 사랑스런 딸의 얼굴에서 몇 명인지 기억도 안 나는 강간범들의 흔적을 찾게 되는 이 잔인하고 비참한 상황에 대해서 뭐라 말해야 할까. 전쟁은 1995년에 끝났는데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사라지질 않는다. ‘사라예보 내 사랑’이라는 노래와 함께 올라가는 영화의 스탭롤을 보면서, 너무나도 치졸한 호기심과 싸구려 동정심으로 전쟁에 흥미를 가지게 된 스스로가 한심해서 눈물이 나왔다. 왜 그게 싸구려냐고? 이렇게 감동받은 척해도, 결국 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서, 전쟁을 막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게 뻔해서 그렇다. 기껏해야 기부금 좀 내고 위안하는 정도겠지. 그렇지만 같이 영화를 보러 간 친구의 말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분명 세상은 변한다. 2006년 <그르바비차>가 베를린 금곰상을 수상한 이후, 비로소 보스니아는 전쟁 중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에 대한 여론으로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보스니아 정부는 강간 피해자들을 전쟁피해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요기서부터는 개인적 잡담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다카하라 모토아키 지음, 정호석 옮김 0. 오늘 소개할 서적은 아시아 3국의 젊은 세대들이 표출하는, 서로에 대한 증오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그 본질을 탐구한 사회학 책입니다. 회사 벽에 붙은 추천도서 포스터에서 발견하고 샀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책 소개는 1, 2장에 실린 '일본 청년들의 혐한 내셔널리즘에 대한 분석' 요약정리글로 대신하겠습니다. 1. 일본은 고도성장기에 탈공업화로 변화되는 진통을 일본 특유의 회사주의(종신고용제로 대표되는)로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2. 급속한 성장은 국민 모두에게 풍족함을 부여했고,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재벌 비리가 판쳤던 한국처럼 소득 재분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전쟁에 대한 책임' '참 민주주의 실현'과 같은 추상적인 문구를 외치던 좌파들은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져갔다.(한국은 일본과 달리 바로 눈앞에 '독재정치'라는 뚜렷한 타깃이 있었기에 좌파들이 호응을 얻었다) 3. 그러나 사회유동화 시대, 즉 더 이상 보장된 직장을 찾을 수 없고 일자리 역시 업무자동화에 따라 줄어드는 현 시점에 이르자, 이미 자리를 꿰차고 앉아 놓지 않는 단카이 세대와 정사원이 되지 못하고 프리타(비정규직 하층 노동자, 하루벌이 직종)로 살아가는 청년 세대로 양분화되었다. 4. 즉, '회사 내 사람을 최대한 보호하는' 일본 회사의 전통이 아버지격인 단카이 세대들에게는 적용되었으나, 아직 취직하지 못한 자식뻘의 청년들은 그들이 보호받는 만큼 밀려나는, 하층 노동자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일본 청년들의 역할을 이민 노동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5. 게다가 단카이 세대들은 이것들이 청년들의 태도가 나약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비판했고(패러사이트 싱글-부모에 기생하는 독신자 라는 단어가 그 주장을 대변함) 청년들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소비문화로 빠져들었다. 오타쿠가 대표적인 갈래 중 하나. 그러나 실제로는 회사의 보호 속에 무능해진 아버지 세대나 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밀려나버린 자식 세대 양쪽 다 개발주의의 피해자이다. 6. 일찌기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외쳤던 좌익이 지지받지 못하고 소멸한 것은 '엘리트가 나라를 풍요롭게 만들겠다'라는 약속이 엘리트와 국민 쌍방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약속이 배반당하자 청년들의 분노는 '보이는 적'을 원했고, 그 반동 중 하나가 중국위험론(저놈들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안되는 거야)을 등에 업은 혐한과 혐중이다. 7. 즉 일본의 인터넷 여론은 확실히 우경화되고 있으나, 그것은 타국 통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셔널리즘이라기보다는 젊은 세대의 불안이 표출되는 형태의 하나라는 것. 8. 제가 이해를 잘못한 채 요약한 곳이 있을까봐 두렵네요. 이런 건 씨네필님이 잘하시는데... 9. 한국에 대한 분석도 상당히 정확해서 놀랐습니다. 중국은 잘 모르겠어서 코멘트 불가... 중국 근대사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0. 독서란 즐겁군요.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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